(서울=뉴스1) 여인옥 기자=

20만달러(약 2억2000만원)가 있다면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방 4개가 딸린집이나 2010년형 빨간 페라리 스포츠카, 그리고 '숏다리' 수컷 돼지를 살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2일(현지시간) 휴스턴에서 열린 연례 로데오(Houston Livestock Show and Rodeo)에서 126kg 무게의 수컷 돼지 '키퍼'가 17만8000달러(약 2억원)에 팔렸다고 보도했다.
만약 일반적인 가축 경매였다면 키퍼의 가격은 167달러(약 18만원)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러나 키퍼가 휴스턴 로데오에서 1000배의 가격에 팔린 것은 이 로데오가 예비 대학생들에게 등록금을 기부하는 '장학 로데오'이기 때문이다.
이 로데오에서는 키퍼 외에도 68kg의 양 리코(21만달러), 600kg의 소 프레디 크루거(46만달러)도 비싼 몸값을 챙겼다.
이 로데오를 통해 올해 기부된 장학금은 920만달러(약 103억원)에 이른다.
이 장학금 중 절반인 400만달러는 직접 가축을 기르거나 예술작품을 만든 대학 진학자들에게 주어진다. 나머지는 장학재단에 기부돼 다른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거나 연구비로 지원된다.
텍사스주 하스켈의 집 창고에서 키퍼를 키운 고등학교 3년생 브래디 리치(18)는 장학금으로 4만달러(약 4500만원)를 받게 되고, 나머지는 장학재단이 갖게 된다. 리치는 대학에 진학해 수렵 감시원이 되는 것이 꿈이다.
리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가 500달러를 주고 사온 생후 8주된 새끼돼지 키퍼를7년간 정성껏 키웠다.학교수업과 야구 연습이 끝나면곧장 집으로 달려가 키퍼의 다리를 마사지하고 발굽에 로션을 발라주며 정성을 다했다.
리치가 이렇게 정성스레 키운 결과 키퍼는 올해 '휴스턴 로데오'에서 그랜드 챔피언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리치가 4만달러의 장학금을 받으려면 키퍼는소변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약물을 주입해 가축을 인위적으로 키웠는지 여부를 가려내야 하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PICK!
'휴스턴 로데오'에는 텍사스의 사업가들과 유명 레스토랑 사장들, 기타 텍사스 갑부들이 카우보이 모자와 장화를 신고 기록 경쟁에 나선다. 키퍼는 지난해 로데오에 나온 돼지가 세운 최고 기록인 17만7000달러를 깬 신기록 경신 돼지가 됐다.
청소업체인 '에버그린 환경회사'의 사장인 호지스 부부는 그동안 이 경매에서 40만7000달러를 썼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낸 기부금으로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고 있다며, 기부금이 충분히 그 값어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지스 부부는 올해 키퍼와 다른 돼지 블루베리 댄을 위해 7만5000달러를 냈다. 그리고 리치, 키퍼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들은 로데오 이전에는 일면식도 없었다.
경매 나흘후 키퍼는 텍사스 A&M 대학으로 보내져 도살됐다. 그리고 다른 최고 등급 돼지들과 함께 자선기관에 기부됐다. 호지스 부부와 함께 키퍼를 산 4쌍의 부부들은 각각 약 25kg의 돼지고기를 선물로 받았다.
리치가 키퍼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로데오에서였다. 그는 빈 창고를 보며 "키퍼를 경매장에 두고 나온 순간이 가장 견디기 힘든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저작권자 뉴스1 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