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위기 만성화된 유럽, 비상구 찾을까

[기자수첩]위기 만성화된 유럽, 비상구 찾을까

권다희 기자
2012.05.29 16:08

유럽 사태는 이제 명실상부 만성화된 국면에 접어들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만성화됐다는 것을 직면할 수밖에 없어졌다.

유럽위기가 수면으로 떠오른 2년 여 간 유로존 국가들에 대한 불안감이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으로 이어졌고 금융시장 소용돌이는 다시 개별국가의 자금 조달 우려로 되풀이는 양상이 반복되며 사태의 골은 더 깊어졌다. 구제금융 같은 사후적 처방에 '해법'이란 이름을 붙이기도 무색해졌다. 유럽 당국은 시장을 안심시킬 대책을 내놓기 위해 고심하고 있으나 가장 진전된 논의라고 해봐야 유로존 국가들의 공동 채권 발행이고, 이마저도 독일의 반대로 당장 도입될 가능성이 크지 않고 실효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위기는 사고처럼 어느 순간 우연히 발생하지 않는다. 유럽 위기는 필연과 필연이 맞물려 만들어진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례로 스페인의 경우 1995년 12.75%였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유로존 가입 후 2005년 9월 3%까지 낮아졌고, 낮은 금리를 이용해 부동산 건설 붐이 확산됐다. 스페인은 1994년부터 2007년까지 연평균 3.5%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08년 세계 9위의 경제국으로 부상했고, 여기에는 건설업 붐이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빚으로 커진 스페인 경제는 2007년 후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붕괴됐다. 관광업과 주택 경기 호황에 따른 건설업에 의존해 성장해 왔던 스페인 경제는 취약한 제조업 기반과 낮은 저축률로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겪고 있다. 스페인 비 금융기업들의 부채는 GDP 대비 220%로 공공부문의 4배다. 현재 유럽의 뇌관으로 거론되는 스페인 은행권 부실의 뿌리도 2000년대 건설업과 관련해 눈덩이처럼 불어난 대출의 부실화다. 나라마다 사정의 차이는 있지만 유로화 도입에서 발단한 구조적인 문제들이 누적되며 터져버리고 있는 셈이다.

더 강한 유럽에 대한 포부가 유럽을 진퇴양난의 상황으로 몰아넣었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10여 년 전 공동통화 구상을 현실화 했던 유럽인들은 10년 후 이 야심이 지금 같은 올무가 될 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동안 유럽 사태를 타개하기 위한 무수한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있었다. 그러나 개선으로 보일만한 신호는 좀처럼 감지되지 않는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본다고 해도 '진짜' 문제들이 터져 나오며 폐부를 도려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직면하게 됐다는 정도다. 이마저도 환자가 치료 전에 사망한다면 의미가 없다.

유로 도입 후 유로존 역내 교역에서 우위를 활용해 수혜를 톡톡히 봤던 독일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리스·스페인 등 유로존 '주변국' 국가들의 경제적 안일함을 탓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독일의 태도 변화가 그나마 유럽 사태를 완화시킬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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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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