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스페인 위기땐 구제금융으로 감당 안돼
그리스 재총선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다소 걷혔지만, 중장기적으로 유럽의 불안이 불식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최근 유럽 불안의 배경이 스페인과 이탈리아이기 때문이다.
유로존 3위, 4위 경제대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그리스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경제규모가 큰 만큼, 두 나라가 위기에 휩싸이면 유로존은 겉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이를 반영해 스페인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지난주 장중 7%를 넘나들었고, 이탈리아 10년물 금리도 위험수준인 6% 안팎을 지속하고 있다.
스페인이 은행 구제금융, 즉 제한적 구제금융에서 벗어나 전면적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이탈리아 마저 구제금융에 손을 내미는 상황이 발생하면, 이 지역의 구제기금으로는 감당을 할 수 없다.
또 유럽 은행권이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를 대거 보유하고 있어,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위기는 순식간에 은행위기로 비화한다. 이 경우, 2008년 미국 투자회사 리먼브라더스 붕괴 못지 않은 충격파가 전세계를 휩쓸게 된다.
또 스페인과 이탈리아에 대한 전면적 구제금융은 막대한 규모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17개국이 속해 있는 유로존은 붕괴되거나 재편되는 계기를 맞을 전망이다.
고든 브라운 영국 전 총리는 "선거 결과가 어떻든 그리스의 혼란스러운 퇴출 가능성은 (중장기적으로) 더욱 커졌다. 그리스의 세수는 크게 줄고 있다. 시장에 접근할 수 없다면 포르투갈과 아일랜드도 조만간 2차 구제금 융을 요청할 것이다. 더욱이 이탈리아와 심지어 프랑스조차도 스페인에 이어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로존이 공멸에 대한 공포를 느낀다면, 오히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 대책을 만들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예컨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재정 및 정치 통합에 진전을 이루어내는 동시에 독일이 강력하게 반대해온 유로본드(유로존 공동채권) 발행이 가능해진다면, 유로존은 '공멸'이 아닌 '공존'으로 기회를 다시 잡을 수 있다. 이는 글로벌 시장이 바라는 최선의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한편 이날 재총선을 마친 그리스는 유럽연합(EU)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채 2%도 되지 않지만 유로존의 지속가능 여부에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총선에는 큰 관심이 쏠렸다. 현재 진행중인 개표가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는 전세계 시장이 그리스에 눈을 뗄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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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은 전 정부가 '트로이카'(ECB, EC, IMF)와 합의한 구조 개혁 프로그램과 긴축을 이어갈 것인지, 혹은 긴축을 거부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으로 시장은 받아들였다. 즉, 긴축이행은 유로존 잔류를 보장해주지만 거부는 유로존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최종 투표 결과 '긴축이행'에 이행한 신민당을 중심으로 연립정부 구성이 가능해지더라도 그리스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격렬 긴축 반대로 혼란이 지속될 수 있는 까닭이다. 시티그룹은 신민당이 집권해도 그리스의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1~2년 내에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쫓겨날 확률이 50~75%라고 전망했다.
마커스 크리기어 애먼디 자산관리 최고운용책임자(CIO)는 뉴욕타임스(NYT)에 긴축이행을 지지하는 정당이 연정을 구성하게 되면 유로화 가치는 급등할 수 있지만, 유로화 회복세는 단기적이며, 중기적 전망에선 유로화가 약세를 보일 것이다"고 내다봤다.
또 긴축이행을 지지하는 신민당이나 시리자 양쪽 모두 연정구성을 위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곧 바닥을 드러내는 그리스의 재정상황을 고려할 때 3차 총선없이 그리스는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