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26일(현지시간) 유로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 참석해 "우리의 임무(Mandate) 내에서 ECB는 유로를 보호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의지가 있다"며 " "나를 믿으라. 그건 충분할 거다"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의 발언 이후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스페인 국채 10년물 금리는 0.448% 하락한 6.928%로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 마감가 6%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18일 이후 처음이다.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금리도 0.389% 밀린 6.056%를 나타냈다. 또 이날 유로화는 1.2284달러로 전날 1.2152달러에 비해 상승했다. 유로화는 이날 한 때 1.2329달러까지 치솟았다.
시장에선 드라기 총재의 발언을 두고 ECB가 국채 매입 프로그램(SMP)을 재개할 것이란 뜻으로 해석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SMP 재개보다는 향후 출범할 유로존 구제기금인 유로안정화기구(ESM)에 ECB로부터 자금을 차입해 위기국 국채를 매입할 수 있도록 은행면허를 부여하는 방안을 드라기 총재가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선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사우스웨스트증권의 마크 그랜트 국장은 "시장의 반응이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무척 근시안적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금리는 지난 여름에 ECB가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을 때보다 높다"며 "(지금까지 양적완화로 인한) ECB의 자산(대차대조표) 규모가 4조달러에 달해, 2조2000억달러인 미국 연준의 거의 2배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ECB가 추가 행동에 나설 여지가 최악이라 큰 기대는 금물이라는 것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존 히긴스는 "드라기의 발언이 현 위기 상황에서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스페인과 이탈리아은 재무적 문제들로 인해 전면적 구제금융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조작들에 필요한 (자금) 규모는 ECB가 준비하려고 하는 것보다 훨씬 클 뿐만 아니라 ECB는 (돈을 마구 찍어 구제하는) '통화적 자금조달'에 반대 입장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SMP가 실제로 효력을 발휘할지도 의문이다. ECB는 그동안 그리스 국채를 약 450억유로어치를 매입해왔지만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로 내몰리는 것을 막지 못했다. 또 지난해 하반기에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를 매입했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SMP가 근본적 원인 치유와는 상관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틀담 대학의 재무학 교수인 제프리 버그스트랜드는 블룸버그에 "유럽의 경기침체(리세션) 예방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ECB의 추가 조치는 상황을 안정시키겠지만 시장이 근본적으로 원하는 것은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한 재무적 부양책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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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그동안 위기국의 개혁을 더디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ECB의 국채 매입에 강한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옌스 바이트만 ECB 정책위원 겸 분데스방크 총재는 SMP가 통화적 자금조달과 다를 바 없다고 간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