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스페인 직장인들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8시에 퇴근한다. 강렬한 햇빛이 내리쬐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세 코스 점심 식사를 천천히 즐기고 낮잠을 자기 때문이다.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고 오는 직장인도 심심찮게 있다.
그러나 스페인이 재정위기로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한 탓에,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낮잠 자는 풍습인 시에스타(siesta)가 자취를 감추게 됐다.

31일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소매 판매가 급감하자 이달부터 300㎡ 이상인 소매점포의 영업시간을 한 주에 25% 더 연장하고, 1년에 두 차례로 정한 가격할인 행사 제한을 풀었다. 이에 따라 소매점들은 한 주에 18시간을 더 영업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지방정부는 지난 15일부터 소매점이 원하는 대로 오래 영업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전히 없앴다.
스페인 상점들은 시에스타 시간에도 영업을 하게 되면서, 스페인 근무 시간은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로 단축되고 점심시간도 정오에서 오후 1시로 줄었다.
이들을 상대로 점심 장사를 하는 레스토랑도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 보통 스페인 식당들은 직장인을 위해 짭짤한 주요리 두 가지와 맥주 그리고 후식과 커피를 세트로 묶어 10유로(약 1만4000원)에 판매해왔다.
스페인 사람들이 하루에 가장 큰 비중을 두는 식사가 점심이기 때문이다. 스페인 사람들은 오전 9시 출근 전에 가볍게 아침 식사를 하고, 오전에 간식을 먹은 후 오후 2시부터 점심을 천천히 즐긴다. 그리고 오후에 차를 한 잔 하고, 퇴근 후 늦은 저녁을 가볍게 먹는다.
그러나 스페인 국민 4명 중 1명이 실직 상태가 되고, 근무시간도 길어지면서 스페인 식당의 매출이 절반으로 급감했다.
스페인 식당들도 손수 만들어 대접하던 세트 메뉴를 없애고, 대량으로 공급받은 간편식을 내놓고 있다. 스페인 레스토랑에선 외면 받았던 패스트푸드가 등장했고, 포장해가는 사람들도 늘었다.
마드리드 외곽에서 레스토랑 '라 푸엔테 델 코야도'를 운영하는 에밀리아 코데로는 "보통 한 주에 등심 스테이크를 4~5개 팔았지만 지금은 한 주에 하나만 팔아도 운이 좋은 것"이라며 "햄버거 메뉴를 시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