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청소년들에게 가장 핫(hot)한 물건은 '워크맨'이었다. 수학여행을 갈 때면 다들 허리춤에 워크맨 혹은 그 '짝퉁'이라도 달고 음악을 들었다.
이후 워크맨은 CD플레이어로 바뀌었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수지가 갖고 다닌 것과 같이 얇고 디자인이 잘 빠진 CD플레이어는 '좀 산다' 하는 아이들이나 손에 넣을 수 있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워크맨과 CD플레이어의 단연 으뜸인 브랜드는 소니였다. 이때만 해도 소니는 기술적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요즘 사람들이 애플의 아이폰에 열광하듯 소니의 전자제품은 브랜드만으로도 가치가 충분했다.
그러나 지금의 소니는 어떤가. 소니는 최근 4년 동안 수익을 내지 못했으며 올해는 64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소니의 시장 가치는 애플의 4%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10년 전만 해도 397억달러에 달했던 소니의 시가총액은 지금 124억달러에 불과해 삼성전자(1730억달러)의 10분의 1도 안 된다. 소니와 함께 일본의 3대 전자 기업으로 꼽혔던 파나소닉과 샤프 역시 이미 쇠퇴의 길을 걸었다.
전문가들은 소니의 굴욕이 시대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무선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새로운 디지털기기가 등장하는 동안 변화를 재빠르게 따라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플리케이션 같은 소프트웨어의 부족도 패인으로 꼽힌다.
"소니가 달라진다(It`s Time To SONY Change)." 올 4월 소니의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히라이 가즈오는 이렇게 선언했다. 애플과 삼성을 이기겠다는 각오다.
일본 전자업계의 명성을 되찾을 것인가, 이대로 몰락할 것인가. 세계 시장에서 전성기를 구가했던 기업이 기사회생을 위해 악전고투하는 상황은 비단 소니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에서 90년대 일본의 모습을 본다는 이들이 많다.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응답'하지 못한다면 전성기는 '추억'이 될 뿐이다. 일본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