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 재정 위기, 부채 위기 등 부르는 이름은 다소 달랐지만 최근 3년 여 간 전 세계 금융시장을 무겁게 짓눌렀던 '위기'가 유럽에서는 다소 고비를 넘긴 모습이다.
그리스·포르투갈 등 유럽 정부들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차관을 받은 국가들은 지난 2~3년 간 빚을 줄이고 정부 재정을 일정 수준 이상 건전화 하는 데 성공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2일 포르투갈의 긴축 이행 성과를 높이 평가하며 더 이상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급불능(디폴트) 위기에 처했던 포르투갈 정부는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2014년까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까지 줄이기로 했으며, 분기마다 실사단으로부터 약속 이행 여부와 경제 상황을 평가 받아 왔다.
여전히 불씨로 남아있는 그리스도 맨 처음 상황보다는 '끝이 보인다'.
유럽 정부들은 12일 그리스의 긴축 이행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2%로 낮추기 위한 시한을 2014년에서 2016년으로 연기해 주기로 했다.
그리스는 2009년 GDP 대비 15% 이상이었던 재정적자를 지난해 9.4%로 줄였고 올해는 7% 밑으로 감축할 전망이다. 내년 GDP 대비 비율은 5%로 예상된다.
준 핵심국 중 부채 문제가 상대적으로 심각한 벨기에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이번 주 역대 저점으로 떨어졌다는 점도 우호적인 분위기를 방증한다.
긴축정책에 대한 국내의 거센 반발여론과 채권단 안팎의 압박을 힘들게 통과하며 얻은 쉽지 않은 성과다.
역설적이게도, 이들 국가는 '긴축'을 요구하는 국제 사회의 압박을 거스를만한 힘이 없었고 그랬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아무에게도 환영 받지 못할 길을 걸어왔다.
그런데 재정과 부채 문제를 안고 있는 또 다른 국가, 미국의 경우에는 유럽 국가들이 통과하고 있는 길로 발걸음을 돌리게 할 외부 요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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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주변국들을 압박했던 독일 같은 존재가 미국에겐 없다. 달러의 유일무이한 위치로 미국 국채가 안전자산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어 미국은 유럽과 달리 시장의 압력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재정절벽으로 떨어질 시한이 7주 남은 미국에서는 민주당은 고소득층의 감세 혜택 중단을, 공화당은 증세 전면 반대를 주장하며 아직도 재정 문제 해결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내년 1월이 되기 전 양당은 어떻게든 미봉책 '합의'를 내놓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 '가기 싫은 길'을 가게 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도 없고 미국은 해결책을 '장기적'으로 떠넘기면서 절벽을 향해 갈 것이다. 슈퍼파워의 역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