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자국의 경제활동인구중 자영업자 비중이 역대 최고인 14%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대목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4년간 새로 증가한 자영업자 가운데 80%가 넘는 사람이 50대 이상이란 점이다.
흔히들 불황의 그림자가 짙을 수록 젊은이들의 '기업가 정신'이 빛을 발한다고 한다. 그러나 영국에서 '고령 근로자'(older workers)의 자영업 진출이 급증하면서 이러한 사회적 통념도 위협받고 있다고 FT는 촌평했다. 일부는 자기가 원해서 자영업을 시작했겠지만, 나이가 들어 재취업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자영업에 뛰어드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복지가 상대적으로 좋은 영국이 저 정도면 한국은 말할 것도 없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2010년 기준 28.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4번째로 높다. 서구 선진국보다 정년이 10년가량이나 짧다보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한국 상황이 더욱 심각한 것은 서구 사회보다 고령화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지난 2000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7%를 차지하며 '고령화 사회'에 들어섰다. 2018년에는 65세 인구 비중이 14% 이상인 고령사회로, 2026년에는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이러한 고령화 속도는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다.
이럴 경우 한국의 인구 피라미드는 윗부분이 볼록한 항아리형태가 되고, 점차 머리가 비대해지는 반면 허리와 하체가 부실한 역삼각형 구조로 바뀌게 될 것이다. 공적연금 고갈론과 한국경제 침몰론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구통계학적 변수를 숙명처럼 앉아서 기다릴 수만은 없지 않은가.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고령화의 충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생산성을 높이고 여성과 노령인력을 부가가치가 높은 생산 활동에 적극 참여시키는 것이 한 방법일 것이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육체적 노동력을 크게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지적인 창조력을 필요로 하는 직업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제조업 분야에서도 생산성만 지속적으로 높여간다면 퇴직연령을 크게 미룰 수 있다. 독일의 럭셔리 자동차 메이커 BMW의 연구결과는 이를 실증적으로 뒷받침한다.
BMW는 생산라인 근로자의 평균 나이가 지난 2007년 39세에서 2017년에는 47세로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간단한 실험을 했다. 생산라인을 평균 47세의 근로자로 채운 후 인체공학 측면에서 작업 환경을 개선했더니 생산성이 젊은이로 구성된 조립라인 못지않더라는 것이다. 비용도 적게 들었다. 우리 역시 생산성만 개선시켜 간다면 장년층은 물론이고 55세가 넘는 노령 근로자들도 제조업 현장에서 오래도록 더 큰 활약을 펼칠 여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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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나라 전체가 청년 일자리 문제에만 몰두할게 아니라,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사기업과 공기업을 망라해 청년 일자리와 더불어 '나이든 근로자'의 일자리 문제를 똑같은 무게로 고민할 때가 되었다.
덧붙여 자영업의 구조개선이 요구된다. 재취업이 안되어 어쩔 수 없이, 또는 자신의 의지와 능력을 믿고 자영업에 뛰어든 노령자 상당수가 실패를 맛보기 때문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영업이 도·소매, 음식·숙박업 등 소위 '레드오션'에 집중되다보니, 매년 60만개가 창업해 이중 58만개정도나 폐업하고 있다. 젊어서 실패는 만회가 가능하지만 나이가 들어선 재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노령층의 창업이 생존률이 높은 블루오션 분야로 흐르도록 정부는 지도와 컨설팅, 재무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머지않은 장래에 대한민국은 나랏돈이 부족해 노인 세대를 모시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할 시기를 맞이할 수 있다. 노령인력의 경제활동 참여를 높이면 노인 복지를 위한 국가의 부담은 줄고, 노인들은 사회참여에 대한 만족과 제2 인생에 대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 후보들의 노인 공약을 꼼꼼히 따져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