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내년 1월 물가상승률 목표 2%로 안 높이면 BOJ법 개정"<br>"美·유럽 중앙銀 양적완화에 저항해야...엔· 달러 90엔이 적정"

아베 신조 일본 차기 총리(사진)가 또다시 일본은행(BOJ)에 무제한 금융완화를 압박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들이 돈을 찍어내 경제와 수출산업을 떠받치고 있다며, BOJ도 조속히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베, BOJ에 '최후통첩'
아베는 23일 후지TV의 한 프로그램에 나와 BOJ가 내년 1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물가상승률 목표를 2%로 높이지 않으면 BOJ법을 개정하겠다고 윽박질렀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는 26일 총리에 취임하는 아베가 BOJ에 '최후통첩'을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아베는 시라카와 마사아키 BOJ 총재를 만나 물가안정 목표를 현행 1%에서 2%로 높여 잡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BOJ법은 BOJ의 설립목표를 물가안정으로 못 박고 있지만,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따로 정하지는 않았다. BOJ가 올 초 물가상승률 목표를 1%로 정한 것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셈이다.
아베는 BOJ가 1월 정책회의에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BOJ법에 물가안정 목표를 포함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BOJ가 고용증진 책임도 떠안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BOJ법 개정을 전제로 한 발언이다. 중앙은행은 보통 물가안정을 유일한 정책목표로 삼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RB)처럼 물가와 더불어 고용 안정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는 것이다.
BOJ가 물가안정 목표를 2%로 높이고, 고용안정 책임을 지게 되면 엔화를 풀어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여지가 훨씬 커진다. 일본의 물가상승률은 지난 7월 이후 줄곧 마이너스(-) 영역에 머물러 있다.
아베는 특히 일본 수출 기업들이 이익을 보려면 엔/달러 환율이 90엔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엔/달러 환율은 84엔 초반 대까지 상승(엔화값 하락)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돈을 찍어내며 자국 경제를 떠받치고, 수출을 늘리고 있다"며 "가장 대표적인 예가 미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준의 움직임대로라면 엔화 강세가 불가피하다"며 "BOJ가 이에 저항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발 환율전쟁 거세지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베의 이날 발언이 내년에 글로벌 환율전쟁의 포화가 거세질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머빈 킹 영란은행(BOE) 총재도 최근 인터뷰에서 환율 갈등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을 경고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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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의 대규모 양적완화에 맞서 스위스와 이스라엘, 한국 등이 수출 경쟁력 약화를 우려해 자국 화폐 가치 상승을 막는 데 분투했음을 상기시켰다. 일본이 금융완화를 본격화하면 내년에는 다른 나라들의 반작용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외환은 2007년 이후 올해 중반까지 6조7000억달러(약 7200조원)에서 10조5000억달러로 57% 불어났다. 중앙은행들의 환율 방어가 얼마나 공격적이었는지 방증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환율 방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막으면 미국의 무역적자가 1500억~3000억달러 줄고, 2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이 달러 약세를 유도하거나 환율조작국에 보복 관세를 물리면 글로벌 무역전쟁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1930년대 대공황 때의 실수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베의 금융완화 방침이 역풍을 몰고 올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FT는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노동력 감소와 과도한 규제 등 구조적인 문제 탓이지 엔고만 탓할 일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일본의 공공부채는 이미 GDP(국내총생산)의 200%가 넘어 엔화를 더 풀면 국가 재정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을 수 있다.
아베의 핵심 측근인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간사장도 지난 주말 회견에서 "일본의 산업 구조로 볼 때 엔화 약세가 더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이토 유지 크레디트아그리콜 외환 부문 이사는 이를 아베 측에서 시장에 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아베가 원하는 건 급격한 엔고를 조정하자는 것이지 지속적인 엔화 약세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엔/달러 환율 85~90엔은 한국과 미국 등 교역 상대국은 물론 일본 수출·수입업계, 금융권 모두에 안정적인 범위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