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문제가 정치 문제화될 가능성 생기고 있어"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사진)가 정부 간섭으로 독립성이 흔들리고 있는 일본은행(BOJ)을 지적하며, 각국이 한바탕 통화절하 경쟁에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이트만 총재는 21일(현지시간)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강연을 통해 일본의 아베 신조 정부가 일본은행을 상대로 대담한 통화완화 정책을 펴도록 강요하는 것은, 헝가리 정부의 자국 중앙은행에 대한 행위와 같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위험에 처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위원도 맡고 있는 바이트만 총재는 "일본과 헝가리에선 정부가 중앙은행의 영역에 크게 간섭해 그 독립성을 위협하고 있다. 의도적이었든 아니었든 결과적으로 환율 문제가 더욱 더 정치 문제화될 가능성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본에서는 아베 총리 취임 이후 21~22일 처음으로 열리는 BOJ 통화정책회의에서는 정부 압박으로 엔화약세에 영향을 미칠 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BOJ는 또 정부 뜻에 따라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현재의 2배 수준인 2%로 상향 조정하고, 이러한 목표 달성도 서두를 것임을 명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오는 4월 임기가 끝나는 시라카와 마사아키 BOJ 총재 후임으로 정부의 시각을 공유할 수 있는 이를 지명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해왔다. 아베 총리 취임 이후 추가 통화완화 전망에 따라 엔화는 지난 2달 동안 미 달러화에 대해 약 10% 평가절하됐다.
조만간 새로운 중앙은행 총재를 지명할 예정인 헝가리에선 오르반 빅토르 총리의 측근이 통화정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빅토르 총리는 헝가리 중앙은행(MNB)의 통화정책위원들을 자신의 지지자들로 채워, 유럽연합(EU) 내에서 가장 높은 5.7%의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인하하도록 유도했다.
이에 EU와 국제통화기금(IMF)은 MNB의 독립성 상실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또 헝가리가 EU와 IMF 측에 요구한 15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 논의는 중단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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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트만 총재는 "중앙은행에 과도한 부담을 안기고 기대를 갖는 것은 위기를 극복하는 지속가능한 방식이 아니다"며 "현재까지 국제 환율 시스템은 통화절하 경쟁없이도 위기를 벗어나왔다. 앞으로도 그러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환율 전쟁 우려를 나타낸 이는 바이트만 총재가 유일한 것은 아니다. 앞서 지난 16일 러시아의 알렉세이 울류카예프 러시아중앙은행 부총재는 "일본이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면 다른 나라도 이를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올해 G20(주요 20개국) 의장국으로 다음달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동에서 환율문제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영국 중앙은행 영란은행의 머빈 킹 총재는 앞서 지난해 12월 뉴욕 이코노믹 클럽에서 연설을 통해 "자국의 통화가치를 하락시키려는 국가들이 매달 늘어나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더 많은 나라들이 국내 통화정책에 대한 대안으로 환율 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여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