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수수방관 "'수출 경쟁력 약화 용인'으로 해석될 수도"
'주식회사 일본'이 엔저 공세에 힘입어 한국을 딛고 되살아나고 있다.
주요 기관투자가들은 토요타를 비롯한 일본 대표 수출기업들의 주가 및 실적 전망치를 높여 잡고 있지만,삼성전자(179,700원 ▼400 -0.22%)와현대자동차(495,000원 ▲5,000 +1.02%)등 우리나라 기업들은 엔저와 맞물린 원화 값 강세(원고)로 실적 악화 우려에 휩싸였다.
이 여파로 외국인들이 대거 한국 증시에 등을 돌리면서 28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9원 상승(원화가치 하락)한 1093.5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환율은 최근 6개월간 고점 대비 4%가량 하락(원화가치 상승)했다.
이에 비해 엔/달러 환율은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한때 91.26엔까지 치솟는 등 같은 기간 저점 대비 17% 상승(엔화가치 하락)했다. 엔화 대비 원화값이 지난 6개월간 20% 넘게 오른 셈이다.
◇엔저에 日 기업 승승장구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로 일본 수출 기업, 특히 자동차업계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는 해외 판매 과정에서 딜러들의 마진을 챙겨줘야 하기 때문에 통화가치 상승으로 수출 가격이 오르면 업체가 고스란히 손해를 떠안아야 한다.
일례로 토요타는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엔 하락할 때마다 영업이익이 350억엔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했다.
기관투자가들이 최근 토요타와 닛산, 혼다 등 일본 자동차업체들의 실적 전망을 상향조정하고 있는 배경에도 이런 계산이 있다.
일례로 토요타는 오는 3월 말 끝나는 2012회계연도에 8907억엔의 순이익을 올릴 전망이다. 이는 전년에 비해 3배 늘어난 것으로 5년래 최대치가 된다. 내년 순익은 1조1700억엔으로 점쳐졌다.
낙관론에 맞춰 토요타는 이날 지난해 전 세계에서 975만대의 차를 팔았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 회사의 판매대수로는 사상 최대로, 자연재해와 리콜사태에 시달렸던 한 해 전에 비해 22.6% 급증한 것이다.
이로써 토요타는 지난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928만대)와 독일 폭스바겐(907만대)을 누르고 1년 만에 세계 자동차시장 왕좌를 되찾았다. 토요타는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를 991만대로 더욱 올려 잡고 2년 연속 세계 정상을 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만 엔화 약세 기조가 쇠락하고 있는 일본 전자업계를 되살리기에는 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일본 가전산업이 무너지는 데는 환율보다는 TV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한물간 TV에 너무 집중했다는 이야기다.
독자들의 PICK!
그럼에도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는 최근 소니의 목표주가를 980엔에서 1850엔으로 두 배나 끌어올렸다. 엔저로 스마트폰 판매 전망이 개선됐다는 이유에서다.
씨티그룹도 엔저에 힘입어 일본 가전업체들이 한국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고, 이윤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엔저, 韓 최대 경제 주적"
엔저와 맞물린 원고로 한국 기업들의 타격은 상당할 전망이다. BAML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한국 제조산업 경쟁력에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전자는 환율 문제로 올해 영업이익이 3조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도 엔저의 영향으로 경쟁이 심한 호주와 러시아 등지에서 일본 업체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이라며 경계하는 분위기다.
같은 맥락에서 로이터 칼럼니스트인 앤디 무커지는 일본의 엔저 정책이 올해 한국의 최대 '경제 주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 6개월간 원화값이 엔화에 대해 23%나 오르면서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물론 현대차와 같은 기업들이 실적 악화 압력을 받고 있다며 금리인하가 압력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무커지는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2.75%로 낮춘 뒤 3개월 연속 동결하면서 계속 '두고 보자'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이는 자칫 한국 정부가 수출 경쟁력 악화를 용인한다는 뜻으로 해석돼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 12월 물가상승률이 1.4%로 목표치인 2.5~3.5%에 훨씬 못 미치는 만큼 직접적인 외환시장 개입보다는 금리인하가 적절한 대책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