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가치가 지난해 말부터 주요국 통화에 대해 급락세를 보이면서 쇠락의 길을 걷던 일본 기업들이 수년만에 실적 개선을 시현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31일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전일 일본 카메라 업체 캐논은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대비 9.7% 감소했지만 올해 순이익은 1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엔화 약세에 힘입어 캐논의 주가도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약 40% 올랐다.
다나카 도시조 캐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결산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유럽, 중국의 경제 불확실성 때문에 환율 전망을 보수적으로 잡아놓은 상태라면서도 "엔화 약세는 우리 같은 수출 제조업체엔 순풍이다"고 말했다.
비디오 게임제조업체 닌텐도는 올해 매출 전망치는 줄이면서도 순이익 전망치는 종전 60억엔에서 140억엔으로 2배 이상 높였다. 이와타 사토루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엔화 약세 덕분에 이익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일본의 대기업들이 실적보고서를 발표하는 다음주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이와증권은 현재의 환율이 지속된다면 일본 상위 200개 기업의 순익은 지난해엔 16% 하락했지만 올해엔 1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 인해 일본 가전업체와 자동차업체들의 주가는 지수 상승세를 상회하고 있다. 각각 1일과 내주에 실적을 발표하는 파나소닉과 소니는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50% 이상 뛰었다. 토요타와 닛산, 혼다는 같은 기간 동안 35% 이상 올랐다.
항공기와 선박 등을 만드는 미쓰비시중공업의 오미야 히데아키 사장은 "주요 수출기업으로서 우리는 현재의 엔화 약세가 무척이나 반갑다"며 "이상적으로는 엔화 약세가 좀 더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다만, 엔화 약세가 모든 일본 기업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 제품을 생산해 일본에서 판매하는 중저가 의류업체의 경우,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원자재를 일본으로 수입하는 업체도 마찬가지이다. 수입 연료 의존도가 무척 높은 유틸리티 기업들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엔화 강세를 상쇄하기 위해 일본 업체들은 지난 수년간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고 달러나 유로로 대금을 지급할 수 있는 현지 부품 공급사를 이용해왔다. 이는 엔화 약세로 인한 이익이 과거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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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의 경우, 엔/달러 환율 변동이 수익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달러에 대해 1엔이 움직일 때마다 영업이익이 65억엔이 늘어나거나 줄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엔화보다 달러화 결제 비중을 높이면서 환율 문제에 대한 노출을 줄여왔다.
한편 일본 엔화 가치는 새로운 정부의 정책 기대감에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미 달러화에 대해 약 15% 하락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한해 동안 줄곧 80엔 이하에서 거래됐지만 31일 현재 91엔선을 넘어섰다. 유로화에 대한 하락폭은 더 크다. 같은 기간 동안 유로화에 대해선 약 22% 급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