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G7 공동성명 "환율은 시장이 결정, 정책 목표 안 돼"...日 직접 겨냥한 것
일본의 엔저 공세로 인한 글로벌 환율전쟁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G7(주요 7개국)이 공동성명에서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하며, 각국이 재정·통화정책으로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G7의 한 관리는 이번 성명이 일본의 엔저 공세를 겨냥한 것으로 15, 1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회동에서도 일본이 집중 조명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등 G7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이날 낸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시장 결정 환율에 대한 오랜 약속을 재확인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재정·통화정책은 국내의 수단으로 각국의 개별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맞춰야지, 특정 환율을 목표로 삼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 한다"고 밝혔다.
G7은 이어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과 무질서한 움직임은 경제와 금융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우리는 외환시장을 면밀히 주시하고, 적절히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G7의 이번 성명은 지난 2011년 냈던 것보다 발언 수위가 더 강경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의 엔저 공세 속에 지난 1930년대처럼 각국이 보복하듯이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환율전쟁'이 빚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 무제한 금융완화(양적완화) 공약을 발표한 이후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14% 하락했다. 그 사이 80엔 대였던 엔/달러 환율은 최근 90엔 대로 올라서 이날은 94엔 선을 맴돌았다.
G7이 이날 낸 성명은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사흘 앞두고 나온 것이다. 모스크바에서는 환율 문제가 주요 화두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G7의 한 관리는 이날 공동성명이 잘못 해석됐다며, G7은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엔화 환율 유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성명에서 '환율을 (정책) 목표로 삼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은 엔화 환율을 유도하고 있는 일본을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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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리는 또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도 일본이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리의 말이 전해지자 외환시장에서 약세로 치닫던 엔화는 16개 주요 통화에 대해 강세로 돌아섰다. 94엔 대에 있던 엔/달러 환율은 미국 뉴욕시간 오전 9시56분 현재 93.53엔으로 전날보다 0.9% 하락(엔화 가치 상승)했다.
앞서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은 G7 성명에 대해 "우리가 디플레이션을 타개하기 위해 취하고 있는 조치가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G7이 알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말해 엔화 약세를 부추겼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국제사회가 G20 회의에서 일본의 엔저 공세에 제동을 걸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국이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지지하고 나선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라엘 브레이너드 미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은 전날 자국 통화 절하 경쟁은 피해야 한다면서도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디플레이션을 끝내려는 일본 정부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애덤 콜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 글로벌 외환투자전략 부문 책임자는 "G7은 일본에 압력을 더 넣지 못한다"며 "엔화의 약세 추세를 실제로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