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미얀마가 일본인의 '혼네'를 모를까

[광화문]미얀마가 일본인의 '혼네'를 모를까

지영한 국제경제부장
2013.02.14 13:13

미얀마와 일본은 1940년대 한 때나마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 미얀마 건국의 아버지 아웅산 장군이 미얀마에서 영국의 군대를 몰아낼 때 일본의 도움을 받았다. 일본도 미얀마를 같은 불교를 믿는 형제국이라고 불렀다.

당시 미얀마독립군과 일본군의 포로가 된 수천명의 영국군은 태국과 미얀마를 잇는 '죽음의 철도' 건설에 동원되어 큰 희생을 치러야 했다. 이 때 실화를 기초로 '닥터 지바고'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유명한 데이비드 린 감독이 '콰이강의 다리'를 만든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아웅산은 일본이 겉(建前·다테마에)과 속(本音·혼네)이 다른 나라임을 금방 간파했다. 겉으로는 '대동아공영'의 미명(美名) 아래 미얀마의 수호자를 자처했지만 미얀마를 일본에 종속시키려는 속내를 알아챈 것이다. 기회를 노리던 아웅산은 영국과 다시 손을 잡고 1945년 일본군을 미얀마에서 몰아냈다. 형제국의 인연도 거기까지였다.

그렇다고 두 나라가 원수지간이 된 것은 아니다. 미얀마 군부에는 일본식 교육을 받은 실력자들이 많았다. 일본에도 잠시 나마 손에 넣었던 미얀마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었을 것이다. 일본은 전후(戰後) 꾸준한 지원을 통해 미얀마 최대 채권국이 되었다. 하지만 미얀마 군사정권에 대한 서방의 제재와 맞물린 일본의 당근과 채찍 전략으로 두 나라는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했다.

최근들어 일본의 태도가 크게 달라졌다. 올 연초부터 일본 정재계 인사들이 앞다퉈 미얀마를 찾고 있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은 1월 초 미얀마를 방문해 이 나라의 채무를 대부분 탕감해주고, 추가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2월에는 일본 재계단체 게이단렌 회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미얀마를 찾아 투자와 지원을 다짐했다.

미얀마의 테인 세인 대통령은 아소 부총리에게 "오래되고 진정한 친구"라고 추켜세우며 채무탕감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그러나 일본의 선심성 행보 이면에는 중국의 미얀마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깔려 있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이후 일본의 지원약속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점이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이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은 이미 미얀마의 최대 교역국이자 최대 투자국으로 부상했다. 오는 5월이면 미얀마를 가로질러 인도양과 중국 내륙을 잇는 800km의 가스 파이프라인이 연결된다. 그 다음엔 원유 파이프라인이 연결되고 파이프라인을 따라 철도와 도로가 생겨날 것이란 관측이다.

만약 중국이 미얀마를 인도양 진출의 교두보로 이용하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든 남·동중국해에서 중국의 팽창을 저지하려는 미국과 일본의 중국 봉쇄전략은 큰 차질을 빚을 것이다. 반면에 중국은 두 대양(Two Oceans)에 세력권을 형성, 명실상부한 글로벌 군사강국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버락 오바마 美 대통령이 작년 11월, 정치범 수감 이슈 등으로 시기상조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방문을 강행한 것도 미얀마의 전략적 중요성을 대변한다.

지정학적 이유든, 엄청난 시장 잠재력 때문이든 '미얀마 신드롬'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영리한 미얀마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기 보다는 강대국 사이에서 '지정학적 게임'을 펼칠 것이다. 그래야 정치·경제적 실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면서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없는, 진정으로 경제발전 노하우를 제공할 파트너를 물색할 것이다. 이 경우 한국만큼 훌륭한 조건을 갖춘 곳도 드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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