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그리스 국민투표는 '그렉시트' 투표"

EU "그리스 국민투표는 '그렉시트' 투표"

김신회 기자
2015.06.30 08:58

치프라스 "그리스, 유로존에서 쫓겨나지 않을 것"…치프라스-유로존, 국민투표 놓고 '동상이몽'

유럽 지도자들이 그리스가 다음달 5일 치르는 국민투표가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잔류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국민투표에서 국제 채권단의 협상안에 대한 반대표를 모아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유럽 정상들은 국민투표에서 반대가 나오면 더 이상 협상은 없을 것이라며 그리스 경제에 처참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등은 이날 그리스 국민투표에서 반대표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를 초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앗다. 융커 위원장은 "그리스인들이 '반대'에 투표하면 미래에 재앙이 될 것"이라며 "'반대'는 유럽에 대한 '반대'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리스의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그리스의 국민투표가) 유로존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만 했다. 그러나 지그마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는 그리스 국민투표에서 '반대'는 유로존 잔류에 대한 반대가 될 것이라며 그리스 정치권의 반(反)그리스 정서를 대변했다.

그럼에도 치프라스 총리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이날 그리스 국영방송 국영방송 ERT와 회견에서 "유럽은 막대한 비용 때문에 우리를 유로존에서 쫓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지난 5개월간 구제금융 합의를 위해 인간적으로 할 수 있는 바를 다했다"며 협상 실패의 책임을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에 돌렸다. 유로그룹은 지난 27일 치프라스 총리가 국민투표 카드를 꺼내들자 그리스를 배제한 채 구제금융 연장 불가 방침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에 대한 기존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마지막 지원분 72억유로를 남긴 채 30일 종료된다.

블룸버그는 치프라스 총리가 이날 트위터에 "협상이 재개되면 국민투표가 우리의 협상지위를 더 강화시켜줄 것"이라며 "투표에 더 많은 이가 참여하고 반대표가 더 많이 나올 수록 우리의 지위가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치프라스 총리와 다른 유럽 정상들이 동상이몽에 빠진 가운데 그리스는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그렉시트 공표에 뱅크런(예금인출 사태) 속도가 빨라지자 그리스 정부는 이날 은행을 폐쇄했다. 사실상 자본통제 수순에 돌입한 것이다.

그리스는 30일 국제통화기금(IMF)에 약 16억유로를 갖아야 하는데 자금 지원이 없으면 상환이 불가능하다. 로이터는 그리스 정부 관리의 말을 빌려 그리스가 30일에 IMF 채무를 상환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FT는 그리스가 IMF 채무를 상환하는 데 실패하면 짐바브웨, 수단, 쿠바 등과 같은 범주에 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IMF 채무 상환 실패가 그리스의 신용등급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었지만 이미 등급 강등에 나섰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CCC'에서 'CCC-'로 1단계 낮췄다. 3단계만 더 떨어지면 '디폴트' 등급이 된다. S&P는 그리스의 국민투표 결정으로 그렉시트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피치도 이날 그리스 은행의 신용등급을 '제한적 디폴트'로 강등했다.

FT는 그리스가 다음달 유럽중앙은행(ECB) 채무 35억유로를 갚지 못하면 사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CB의 긴급유동성지원(ELA)이 끊기면 그리스 은행권의 붕괴가 불가피하다.

그리스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자 글로벌 금융시장은 패닉 상태다. 글로벌 증시가 급락한 가운데 그리스 사태의 전이 우려가 큰 스페인과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인접국이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10년 만기 포르투갈 국채 수익률은 하루 사이 0.35%포인트 급등(국채 가격 급락)했다.

일각에서 기대한 막바지 절충 가능성도 물 건너갔다. 치프라스 총리가 유로존 정상들에게 서한을 보내 국민투표가 끝날 때까지 구제금융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한 가운데 올랑드 대통령도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그러나 도널드 터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의장은 이날 늦게 치프라스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구제금융 연장 요청이 거부됐다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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