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중국자본시장연구회장 정유신

4월 초 미국이 중국의 1300개 품목에 대해 25%의 관세폭탄을 퍼붓자, 중국도 바로 다음날 그에 준하는 보복관세를 발표했다. 4월 10일 시진핑주석이 보아포럼에서 시장개방 등 유화 제스처를 보여 다소 누그러지긴 했으나, G1, G2간의 무역마찰이 언제든 재연될 수 있어서 시장에선 긴장감이 역력한 게 사실이다.
미국은 왜 중국에 대해 일종의 선전포고를 한 걸까. 일부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성격 때문이라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듯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 나름의 치밀한 전략적 판단이 바닥에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직접적인 이유는 중국의 엄청난 대미흑자를 압박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이후 2002~2017년간 대미 무역흑자누적금액이 2조 7268억 달러(한화 약 3000조원), 외환보유고도 3조 1400억 달러인데, 외환보유고 증가분의 96%가 대미흑자에서 나왔다니까 미국입장에선 그럴만도 하다. 그러나 무려 1300개 품목에 무차별 폭탄을 퍼부은 건 아무래도 무역적자 시정 이상의 이유가 있다고 본다.
어떤 이유일까. 시장에선 무역적자가 무역마찰의 표면적, 단기적 이유라면 좀 더 본질적이고 중장기적인 이유는 미중간의 경제패권 쟁탈전이란 의견이 나온다. 첫째, 기술관점에서 이번에 관세폭탄을 맞은 1300개 품목분야를 살펴보면 통신설비, 산업용 로봇, 항공기, 선박, 전기차 등으로 돼 있는데, 이는 중국정부가 기치를 내건 ‘제조 2025’의 10대 전략산업과 완전히 일치한다. 따라서 중국의 전략산업에 세금폭탄을 퍼붓는 건 개별적 불공정무역행위를 따지겠다는 게 아니라, 기술면에서 2025년 중국의 제조강국 전환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생각인 셈이다. 하긴 최근 데이터나 정보를 보면 특허, 논문, 투자측면에서 중국이 미국 다음으로 치고 올라오는 분야(예를 들면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가 늘어나는 모양새다. 그대로 놔뒀다간 기술에서 미중이 역전될 수 있고, 기술패권은 바로 경제패권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미국으로선 절대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 기술뿐 아니라 GDP(국내총생산) 규모가 역전돼도 경제패권에서 밀리게 된다. 특히 중국은 미국이 늘 경계하는 경쟁국의 GDP 한계치, ‘3분의 2룰’에 거의 근접해 있어서 그만큼 미국의 강력한 경계대상이다. ‘3분의 2룰’이란 뭔가. 경쟁상대국이 미국 GDP의 3분의 2 가까이 오면 미국이 인정사정 없이 공격한다는 것. 과거 일본이 미국 GDP의 58.9%까지 쫓아갔다가, 엔플라자합의로 일본은 20년을 잃어버리고 지금은 미국 GDP의 23.8%로 하락했다. 따라서 현재 중국 GDP가 미국의 61.6%까지 턱밑에 가있다고 보면 향후 어떤 형태로든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개인적으론 하반기쯤 관세 같은 실물분야 외에 환율 등 금융시장 위험도 불거질 수 있다고 본다.
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現성장세를 꾸준히 이어간다면 언제쯤 미국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향후 중국경제가 연 6%의 성장과 물가 2% 상승, 미국이 현 수준인 연 2% 성장, 물가 1% 상승을 유지한다고 할 때, 정확히 10년 뒤(2028년), 중국 GDP가 25조 달러로 미국을 젖힐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공교롭게도 그때가 시진핑정부 3기가 끝나는 시점이어서 중국은 더욱 GDP 역전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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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미중 무역마찰은 이제 단순 무역적자 이슈를 뛰어넘어 경제패권 다툼의 서막이다. 긴 패권경쟁이 시작되는 거라 보면 상호 때리기로 경제와 시장불안,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우리로선 국제경쟁력 강화와 리스크관리가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