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한끼에 200달러…빈곤율 90%' 위기의 베네수엘라

[MT리포트]'한끼에 200달러…빈곤율 90%' 위기의 베네수엘라

정한결 기자
2019.01.28 17:08

올해 물가상승률 1000만%…식품가게에서 빵조차 구하기 어려워

[편집자주] 문제는 경제(It`s Economy)요, 정확히는 홀쭉해진 국민들의 지갑이었다. 물가가 한주 만에 몇만%씩 오른다는 남미의 산유국 베네수엘라는 현재 자칭 대통령이 두명일 정도로 폭풍 전야다. 프랑스의 에펠탑, 루브르도 한때 폐쇄시킨 노란조끼 시위도 유류세 인상 방침이 발단이었다. 성장률 둔화가 목전인 중국은 고기값 급등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치솟는다. 얇아진 지갑으로부터의 혁명과 위기, 그 이면을 들춰봤다.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이 27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이 27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마두로는 굶주림과 가난, 박해로부터 그 누구도 보호하지 않는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반발해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이같이 밝혔다. 당시 기준으로 29명이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사망했지만, 굶주림과 가난에 맞서기 위해 시민들에게 시위 동참을 요구한 것이다.

그의 말대로 베네수엘라 정치 혼돈의 근원은 경제 위기로 인한 굶주림이다. 2017년 기준 베네수엘라 국가부채는 1840억달러로, 정부는 2022년까지 연간 160억~200억달러를 갚아야 한다. 정부는 부채를 줄인다며 수입을 제한했고, 식량 해외 의존도가 60%에 달하는 베네수엘라는 식량 및 생필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28일 CNN은 베네수엘라의 식품가게에서 달걀과 빵을 찾기가 어렵다고 보도했다. 물과 치즈, 햄 등을 담은 한두끼 분량의 작은 식품바구니는 하나에 200달러(22만원)다. 베네수엘라 화폐가치가 하락하면서 식품가격은 더 오를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이 1000만%에 달하리라 추정했다.

이에 전 국민의 90%가 끼니 해결을 못하는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베네수엘라 성인의 평균 몸무게는 2015년 대비 약 11kg 줄었다. 의약품 부족에 병원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으며, 전력이 부족해 공공서비스도 사실상 마비됐다.

지난 11일 카라카스에 위치한 한 슈퍼마켓의 모습. 식량이 부족해지면서 슈퍼마켓 선반도 비었다. /AFPBBNews=뉴스1
지난 11일 카라카스에 위치한 한 슈퍼마켓의 모습. 식량이 부족해지면서 슈퍼마켓 선반도 비었다. /AFPBBNews=뉴스1

생활고에 치안도 악화됐다. 시민단체 베네수엘라 폭력감시단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에서 지난해 총 2만3000여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전쟁지역의 연간 사망자 수랑 비슷한 수준이다. 연간 살인율은 10만명당 81.4명으로 세계 1위를 유지했다. 2017년(89명)에 비해 줄었지만 범죄자들마저 국외로 이주했기 때문이라고 시민단체는 지적했다. 2015년 이후 약 300만명이 베네수엘라를 떠난 것으로 추산된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상위권에 속했던 베네수엘라가 이제는 빈곤과 폭력 등 불행의 온상이 된 것. 유엔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 행복 보고서'에서 베네수엘라는 지난 2013년 전 세계 156개국 중 20위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102위로 추락했다.

결국 시민들은 지난 2014년부터 마두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에 나섰다. 특히 마두로 대통령이 대선 경쟁자였던 야당 정치인들을 자택에 구금한 채 지난해 재선에 성공하자 시위는 더욱 격화됐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이와 관련, "부정부패와 미숙한 경제 운영, 비민주적 통치가 맞물려 위기를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뿌리 깊은 불평등을 바로잡겠다며 임기 내 정부의 사회복지지출을 1999년 국내총생산(GDP)의 11.3%에서 2011년 22.8%로 두 배 가까이 늘렸다. 전 세계 석유 매장량 1위인 베네수엘라는 석유 수출 수익으로 이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유가가 하락하면서 정책 유지가 어려워졌고 정부부채가 급증했다. 차베스 전 대통령은 정책을 폐지하는 대신 외환시장 관련 규제 추가·의회 권한 축소·측근 위주 기용 등의 정책을 펼치며 자신의 권력을 강화해갔다. 이 과정에서 정부 내 부패가 만연해졌다고 영국 가디언은 분석했다.

그의 후계자인 마두로 현 대통령도 과도한 복지정책을 고수하며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특히 그가 집권한 이듬해인 지난 2014년 배럴 당 100달러 선을 유지하던 유가는 2016년 초에는 30달러 선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마두로 대통령은 최저임금 34배를 인상하는 등 포퓰리스트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대신 그는 현 위기를 "제국주의자들의 음모"라며 미국 등에 그 화살을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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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결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정한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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