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전쟁 나면 시장은? 걸프전 때 보니…

미-이란 전쟁 나면 시장은? 걸프전 때 보니…

유희석 기자, 강기준 기자
2020.01.06 14:41
1990년 8월 28일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를 공격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미군 기지에 도착한 미군 탱크. /사진=AFP
1990년 8월 28일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를 공격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미군 기지에 도착한 미군 탱크. /사진=AFP

무인기에서 발사된 폭탄 한 발이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었다. 미국이 이란의 2인자로 불리던 군사령관을 폭살하면서 전쟁 위기가 고조됐고, 이 때문에 금과 채권, 주식 등 자산 가격이 크게 출렁였다. 1990년 걸프전 발발 때처럼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올해 내내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과 이라크가 맞붙었던 걸프전 당시에는 미국 증시가 3개월 사이 20% 떨어지고 이라크의 패전이 확실시되자 유가가 하룻만에 30%이상 떨어졌을 정도로 시장이 출렁였다.

위험회피로 돌아선 시장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6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골드바가 진열돼 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격화되며 금 등 안전자산이 들썩이고 있다. 3일 기준 국제 금값은 전날보다 온스당 1.59%(24.30달러) 상승한 1,552.40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9월 미·중 무역갈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6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골드바가 진열돼 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격화되며 금 등 안전자산이 들썩이고 있다. 3일 기준 국제 금값은 전날보다 온스당 1.59%(24.30달러) 상승한 1,552.40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9월 미·중 무역갈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짙어지는 중동의 전운에 세계 금융시장은 일제히 위험회피로 돌아섰다. 안전자산으로 투자가 몰리고, 주식시장에는 찬바람이 불었다. 미국 국채 금리는 장기물을 중심으로 4~8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2일부터 5일까지 8% 넘게 떨어졌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그만큼 투자 수요가 많았다는 의미다.

금값은 4거래일 연속 오르며 6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6일 현물시장에서 금 가격은 한때 전 거래일 대비 2.3% 상승한 온스당 1588.13달러를 기록했다. 팔라듐도 1.2% 오른 온스당 2013.90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엔화 가치도 강세를 보이면서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8엔에서 107엔대로 떨어졌다. 엔고 우려에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장중 한때 2% 넘게 하락했다.

원유시장은 이미 혼돈에 빠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싱가포르거래소에서 브렌트유 3월물 선물시세는 한때 전장대비 2.3% 상승한 배럴당 70.16달러로 지난해 9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싱가포르 시간 기준 오전 9시 11분에는 70.0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9% 상승한 64.25달러를 나타냈다.

걸프전 때 S&P500지수 20% 급락
2004년 3월 24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500㎞ 떨어진 바스라 유전지대를 지키고 있던 한 영국 군인.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자 약 8800명의 영국군은 이라크로 진격해 바스라 지역에 주둔했다. /사진=AFP
2004년 3월 24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500㎞ 떨어진 바스라 유전지대를 지키고 있던 한 영국 군인.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자 약 8800명의 영국군은 이라크로 진격해 바스라 지역에 주둔했다. /사진=AFP

"또 다른 페르시아만전쟁(걸프전)으로 전개될 위험이 있다." 싱가포르계 외환중개업체 오안다의 분석이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미군이 이란으로 진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금융시장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혼돈에 휩싸일 전망이다.

1990년 8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시작된 걸프전은 국제 정세는 물론 경제에도 큰 충격을 줬다. 당시 미국 뉴욕증시의 S&P(스탠다드앤드푸어스)500지수는 전쟁 발발 후 3개월에 걸쳐 20% 급락했다. 국제유가와 금값도 치솟았으나, 다행히 전쟁이 6개월 만에 미국의 승리로 결판나면서 시장도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오를대로 올라있었던 국제유가는 1991년 1월 17일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공습을 시작한 날 33% 급락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03년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을 몰아내기 위한 이라크 전쟁을 앞두고도 국제 유가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2002년 12월 배럴당 18달러 수준이던 국제 유가는 이라크 전쟁 발발 직전인 2003년 3월 18일 배럴당 25달러로 40% 가까이 급등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는 11% 떨어졌다.

시장은 최악의 상황 대비
지난해 4월 30일 중동의 중요한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 중인 원유수송선 앞으로 이란군 소속 고속단정이 지나고 있다. /사진=AFP
지난해 4월 30일 중동의 중요한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 중인 원유수송선 앞으로 이란군 소속 고속단정이 지나고 있다. /사진=AFP

시장은 미국과 이란의 직접적인 군사 충돌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충격을 피하지는 못하겠지만, 피해 규모는 줄이겠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미국의 이란 장성 암살 이후) 24시간 만에 투자심리가 180도 바뀌었다"며 "이것이 올해 시장의 특징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올해 내내 시장에 부담될 것이란 의미다.

프랑스의 크레디아그리콜은행은 "시기가 좋지 않다"며 "세계 경제가 여전히 미·중 무역전쟁의 먹구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경기 회복 기대가 꺾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엔화와 스위스프랑이 투자가 매력적이지만, 원화처럼 취약하고 원유를 많이 수입하는 국가의 통화는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도 "이번 사태의 확실한 승자는 엔화"라며 "엔/유로 환율이 유로당 120엔 선을 지키는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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