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항공기 피격 사례들… 33년 만에 사고 원인 결론 나기도

지난 8일(현지시간) 오전 이란 테헤란 부근에서 우크라이나 항공 여객기가 갑자기 추락하면서 타고 있던 176명이 전원 사망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들이 공개되는 등 추락 원인을 '기체 결함'으로만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피격설이 확산하고 있다. 과거에도 민간 여객기가 군이 쏜 미사일에 격추되는 일이 있었다.
2014년 7월17일 말레이시아 여객기 MH17편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 상공에서 추락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떠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가던 중이었다. 이 사고로 승객 283명과 승무원 15명 등 298명이 모두 숨졌다.
당시 우크라이나에서는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간 교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던 중이었다. 장기간 사고원인을 조사한 호주, 벨기에, 말레이시아, 네덜란드, 우크라이나 등 5개국으로 구성된 국제조사팀은 여객기가 반군에 제공된 러시아제 지대공미사일 '부크'에 피격됐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러시아는 "어떠한 개입도 없었다"며 관련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5년여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사건에 대한 명확한 결론은 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국제조사팀은 항공기를 격추해 298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러시아 정보기관 전현직 관련자 3명과 우크라이나 분리주의 반군 출신 군인 1명을 기소했다. 재판은 오는 3월 9일부터 시작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시간이 흐를수록 수사팀이 더 많은 증거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지만 용의자들은 러시아에 거주 중이며 푸틴 대통령의 보호 아래 있기 때문에 이 혐의에 대해 끝까지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군사 훈련 중 여객기를 적 공군기로 오인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일도 있었다.
2001년 10월 4일에는 러시아 시베리아항공 여객기가 우크라이나군 미사일에 격추됐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출발해 러시아 노보시비리스크로 향하던 탑승자 78명 전원이 사망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자국 군대가 방공훈련 중 발사한 장거리 대공미사일에 의도치 않게 여객기가 격추된 책임을 인정했다.

1988년에는 이란항공 655편이 호르무즈 해협 상공에서 미 해군 함정 빈센스호의 지대공 미사일 공격을 받아 추락, 탑승객 290명이 전원 사망했다. 당시 이란 군함과 교전 중이던 미 해군은 때마침 상공을 지나던 여객기를 이란 공군기로 오인해 공격했다.

1983년 대한항공(KAL) 여객기 폭파사건도 있다. 당시 미국 뉴욕에서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대한항공 007편이 항로를 벗어나 소련 영공을 침범했다가, 사할린 부근 상공에서 소련 전투기의 미사일에 격추돼 269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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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1980년 6월 27일 이탈리아 이타비아 항공 870편이 미사일에 격추됐다. 이후 수많은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2013년이 되어서야 이탈리아 대법원은 "정부가 희생자들의 가족들에게 보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다만 대법원은 그 미사일이 어디서 발사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국제법에 호소해 민간 항공기를 격추한 책임자를 처벌하고 배상금을 받아내기는 쉽지 않다. 앞선 사례에서 보듯 조사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결론이 나기까지 수년에서 수십년의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한 예로 가장 최근의 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 사건에서 미사일을 쏜 주체가 우크라이나 반군일 경우, 국가가 아닌 무장단체를 상대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 때문에 책임자를 특정 짓는 일이 확실치 않고 합의가 어려우며 소송에서 이겨도 실제 배상이 이뤄지기란 쉽지 않다.
대신 국제적 비난이나 제재가 뒤따른다. 말레이시아 격추 사건 이후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 내에서 우크라이나 반군에 무기를 제공한 데 책임이 있는 러시아 관리들의 비자 발급 중단과 자산 동결 등 제재를 가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이란 내 우크라이나 항공기 추락 사고 역시 조사 과정에서부터 매우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단 국가 안보나 군사 문제로 수사가 전환되면 민간 조사관들은 일반적으로 역할에 한계를 느끼게 되고, 정보 공유와 광범위한 참여에 관한 국제 조약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으며 각 국가들은 정보원과 국가 기밀을 보호하는 데 주력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란 당국이 항공기 제조에 관여한 보잉과 제너럴 일렉트릭이 수사에 참여하길 요청했지만, 이란과 교류를 금지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강도 제재로 인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