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통제력 상실"…중국 내 커지는 불신

"바이러스 통제력 상실"…중국 내 커지는 불신

진경진 기자
2020.02.04 14:40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AFP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AFP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진실을 은폐하느라 사태를 조기 수습하지 못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중국 내 분노 여론이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중심으로 들끓는 민심을 가라앉히기 위해 미흡한 대처를 인정하는 등 입장을 선회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4일 중국 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2만438명, 사망자는 425명이라고 발표했다. 하루 동안에만 확진자가 3235명, 사망자는 64명 늘어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349명)를 훌쩍 넘어서면서 중국 당국의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3일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는 중국 통치 체제에 대한 주요한 시험대"라며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국가 비상관리체계를 완비해 대처 능력을 높여야한다"고 주문했다. 그동안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음을 인정한 셈이다.

과거 "정부의 노력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통제되고 있다", "정부의 방역 능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등의 발언과 차이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중국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보건 당국 전문가로 이뤄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파견단에도 동의했다고 저드 디어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이는 최근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조기 수습하지 못하고, 진실을 은폐한다는 등 당국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를 향한 비판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뿐만 아니라 이례적으로 중국 언론을 통해서도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중국 정부가 정보를 숨기지 않고 있다며 진실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 통계, 의료진이 본 현실과 너무 달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병원에서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일하고 있는 모습./사진=AFP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병원에서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일하고 있는 모습./사진=AFP

중국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우한 대형 공립 병원의 한 의사는 "병원에 있는 모든 의사들은 우리가 본것과 너무 달라서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의사들과 질병 예방 관계자들은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감히 말하려고 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위험을 감수하고 말을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의 공식 통계에 대해 의문도 제기했다. CT촬영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례를 수십건 발견했지만 다음날 당국 공식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한의 한 장례업체는 "시신을 담을 자루가 부족하니 기증해달라"는 요청을 공개적으로 하기도 했다. 이 언론은 만약 당국의 발표대로 우한 내 사망자가 361명(3일 기준)에 불과하다면 과연 시신을 담을 자루가 부족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중국 누리꾼 팡빈은 지난 1일 자신의 SNS에 우한의 한 병원 입구에서 5분 사이 8구의 시신이 자루에 담겨 병원 밖으로 나가는 영상을 촬영해 공유했다. 영상 속 판빙은 병원 직원에게 "안에 시신이 얼마나 많냐"고 물었고, 상대방은 "아직 많다"고 답하는 장면도 나온다. 판빙은 영상이 공유된 당일 당국에 체포됐다가 다음날 풀려났다.

중국 정부가 세계 각지에서 받은 구호 물품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네티즌은 과거 촬영한 듯한 구호물품 사진과 함께 "적십자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2008년 중국 쓰촨(四川)성 문천(汶川) 대지진 당시에도 구호 물자 들은 전부 창고에 썩었다"는 글을 올리며 의혹을 제기했다.

깊어지는 불신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지켜라"
출처=트위터
출처=트위터

"스스로 목숨을 잘 지켜라." 출처를 알 수 없는 한 SNS 영상에 중국 정부를 불신하는 댓글이 달렸다. 한 청년이 계단에 쓰러져 있고 옆에는 '중국 화이팅'(中国加油)라는 문구가 적힌 캐리어가 내동댕이 쳐져있는 영상이었다.

진실 유무를 파악할 수 없지만 마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을 연상시킨다. 중국 네티즌들은 해당 영상을 공유하며 "중국은 힘낼 필요가 없다. 스스로의 목숨을 잘 지키고, 자구책을 강구하는 것이 당장 쓸모 있는 일"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인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마스크는 원가의 10배 이상 팔릴 정도로 품귀 현상이 심각하다.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이들은 과일이나 페트병 등으로 만든 마스크를 착용하고 밖을 나섰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중국 각 도시들은 마스크 판매 규제 정책을 도입하고 나섰다. 난창, 항저우, 광저우 주민들은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마스크 판매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글로벌타임스가 전했다.

난창에서는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예약을 통해서만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다. 푸젠성 샤먼에서는 추첨 방식을 도입했다. 상하이에서는 주민들이 약국에서 마스크를 구입하기 전에 구입 증명서를 발급 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인근 마을이나 지역 사회위원회에 먼저 등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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