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동맹에 백신 좀' 아베가 지킨 약속...日, 접종 코앞

'미영 동맹에 백신 좀' 아베가 지킨 약속...日, 접종 코앞

강기준 기자
2020.12.19 09:01

[MT리포트]백신확보 글로벌 전쟁

[편집자주] 7200여만명의 확진자와 164만여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고도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19. 기나긴 터널 끝 빛은 코로나19 백신이다. 하지만 국가별로 갇혀있는 터널의 길이는 다르다. 영국과 미국, 캐나다 등은 이미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중국, 러시아 등도 자체 백신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은 첫 백신 접종시기를 앞당긴다지만 여전히 내년 1분기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백신 확보 글로벌전쟁에서 각국의 위치는 어디쯤일까.
/AFPBBNews=뉴스1
/AFPBBNews=뉴스1

일본이 올 봄부터 코로나19 백신 확보전을 벌인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18일 일본에 백신 사용 승인을 신청하면서다. 이르면 올해 안에도 접종이 시작될 가능성도 있지만 일단은 내년 2월 중에 의료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접종 시작이 우선 고려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18일 NHK에 따르면 화이자는 이날 후생노동성에 백신 사용 특례승인 신청을 했다. 특례승인은 일반적으로 1년정도 걸리는 의약품 심사 절차를 크게 간소화한 절차를 말한다. 앞서 지난 5월 일본 보건당국은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에 대해 신청 3일만에 승인을 내주기도 했다. 일본에서 코로나19 백신 승인 신청은 화이자가 처음이다.

일본 언론들은 내년 3월쯤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본 정부가 서두를 경우 빠르면 올 연말 접종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연말 연시 연휴를 맞아 확진자가 다시 폭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NHK 등은 일본 후생노동성이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2021년 2월 하순에 의료 종사자에 대한 접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자치체에 준비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접종 시기와 무관하게 일본 정부는 내년 6월말까지 화이자로부터 1억2000만회분을 모두 공급받기로 했다.

일본은 코로나19 1차 유행이었던 지난 봄부터 백신 확보에 열을 올렸다. 구체적인 백신 확보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월. 당시 아베 신조 전 총리는 백신 확보를 위해 미국 제약사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때는 모더나의 백신이 올 연말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가토 가쓰노부 당시 후생노동장관은 지난 7월 백신 확보를 위해 변호사 등 각계 전문가를 포함한 협상팀을 발족시킨다고 했다.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모데나 등의 백신을 확보하기 위한 국제적인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가토 장관은 "관공서가 직접 백신 협상을 하는 것은 능숙하지 않기 때문에 따로 팀을 꾸렸다"면서 "일본은 협상의 진행이 늦어지고 있다. 빨리 결과를 얻는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이같은 언급이 나온 후 같은달 말 일본은 미국 화이자와 백신 1억2000만회분(6000만명분) 공급 계약을 맺는다. 이어 미국 모더나와는 지난 10월 5000만회분 계약에 성공했다. 이달들어선 아스트라제네카와 1억2000만회분 계약까지 끝냈다. 이미 인구 1억2700만명이 모두 접종하고도 남는 2억9000만회분의 백신을 확보한 것이다. 아베 전 총리는 부실한 코로나19 대응으로 뭇매를 맞았지만 어쨋든 백신 조기 확보와 접종 약속만은 지킬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달 2일 일본 의회는 코로나19 백신을 전국민 대상으로 무료 접종하는 예방접종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뉴스위크 일본판은 백신 관련 예산만 6700억엔(약 7조1200억원) 이상의 거액이 투입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백신을 서둘러 확보하는 과정에서 비판도 받는다. 뉴스위크는 일본 정부가 조기협상에 나서면서 백신 부작용에 대한 책임은 정부가 지며, 가격 인하도 많이 끌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내년 7월로 연기된 도쿄올림픽 개최를 차질없이 진행하려면 백신 확보가 급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인구 100만명 코로나19 사망자수가 미국과 영국은 600여명, 독일은 100여명 선인데 비해 일본은 10여명 수준으로 낮은 상황에서 과다한 예산을 지출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백신 조기 확보는 올림픽 외에도 '백신 동맹'을 맺으면서 생기는 긍정적 효과들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제약사 안제스 창업자이자 오사카대 교수인 모리시타 류이치는 "백신을 전략 물자로 보는 관점에서 지금 새로운 백신 동맹이 생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 백신에 개발도상국이 줄을 서고, 미국 백신에는 선진국들이 뛰어든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당분간은 서로 다른 백신을 맞은 나라끼리 더 분열되는 상황을 빚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동맹국끼리 같은 백신을 사용한다면 서로 코로나19로 인한 여행 제한을 완화하거나 합동 군사 훈련을 재개하는 것 등이 더 수월하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했다.

백신을 조기에 확보해 접종하는 것이 경제적, 정치적으로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