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첫 국산 중형 여객기 C919가 중국에서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9월말 C919은 중국 민항당국으로부터 감항 인증(안전비행 성능 인증)을 받으며 상용비행을 위한 마지막 관문을 통과했다.
지난 30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C919 개발에 참여한 관계자들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노고를 치하하는 모습이 중국 중앙(CC)TV에 방영됐다. 중국이 C919를 띄우는 이유는 분명하다. 미국 보잉, 유럽 에어버스가 과점하고 있는 글로벌 민항기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지 10여년 만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C919 개발은 중국이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국제조 2025'의 중점 추진 과제 중 하나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 이후 미국의 강력한 견제가 시작되면서 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서 미중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마침내 중국이 내세울 수 있는 결과물이 탄생한 것이다.

C919를 개발한 회사는 중국 국유기업인 중국상용항공기회사(COMAC·코맥)다. 전 세계 여객기 시장을 미국 보잉사와 유럽 에어버스사가 양분한 상황에서 중국은 2008년 중국상용항공기회사를 설립하며 일찍부터 국산 여객기 개발에 나섰다.
C919는 보잉737, 에어버스320과 유사한 제원을 갖춘 단일통로(single-aisle) 기종으로 좌석수는 158~168석, 항속거리는 4075~5555㎞에 달한다.
2015년 11월 C919는 기체 전체 조립을 완성한 후 2017년 5월 첫 시험비행을 마쳤다. 지난 9월말 감항 인증까지 완료하면서 연내 인도가 시작될 예정이다. C919는 중국 및 해외 항공사 28곳이 총 815대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중국항공사의 주문이 대부분이다. 중국 동방항공이 가장 먼저 C919를 인도받고 내년 상반기 운행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중국이 C919 개발에 나선 이유는 전 세계 최대규모로 성장할 중국 여객기 시장을 미국 보잉사와 유럽 에어버스가 독차지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내수 시장이 방대할 뿐 아니라 우주항공산업 등 제조업 경쟁력도 강한 중국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다.
그런데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발생 이후 미국의 견제가 심해지면서 중국산 여객기 자체 개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항공기 제조를 포함한 항공우주산업이 미중 기술경쟁의 승부를 좌우할 핵심산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C919에 대한 시진핑과 중국의 열광도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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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항공시장은 얼마나 커질까. 중국상용항공기회사는 2040년까지 중국 항공여객 운송량이 연평균 5.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국의 항공기 보유 규모는 연평균 5.2% 증가해, 2040년 9957대로 전 세계 항공기 비중의 22%를 차지하는 최대 항공시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2020년 기준 중국 항공기 보유대수는 3642대인데, 이중 873대만 2040년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즉 2040년까지 9084대가 신규 도입돼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9084대 중 약 69%인 6295대가 좌석수 120석 이상인 단일통로(single-aisle) 항공기 기종으로 추산됐다. 250석 이상인 이중통로(twin-aisle) 대형 항공기 기종은 20%(1836대)에 불과하다. 나머지 11%는 50석 이상인 단거리용 지선 여객기다.
향후 20년간 중국 항공 시장에서 단일통로 기종이 점유율 70%를 차지하는 주류가 될 전망이며 C919 역시 단일통로 기종이다. 미국 보잉사도 중국이 2040년까지 모두 8700대의 항공기를 신규 도입할 것이며 이중 단일통로 기종이 6490대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그럼, 매년 C919로 인해 발생하는 매출액은 얼마나 될까. 중국 현지증권사인 중타이증권이 재밌는 추산결과를 발표했다. 중타이증권은 중국상용비행기, 보잉, 에어버스 등 각 사의 예측치를 평균내서 2021~2040년 동안 중국이 총 8363대를 신규도입하며 이중 단일통로 기종이 6238대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20년 동안 중국이 매년 단일통로 기종 312대(6238÷20=312)를 신규 도입한다는 가정 하에 C919가 보잉, 에어버스에 맞서 3분의 1의 점유율을 차지할 경우 매년 C919의 판매금액이 679억 위안(약 13조5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년 동안 약 1조3600억 위안(약 272조원) 규모의 시장을 C919가 가져가는 셈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충분히 도전해 볼만하다. 또한 C919는 중국 항공기 개발의 끝이 아니라 본격적인 시작이다. 지난 2014년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장거리 여객기인 CR929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CR929는 이중통로 기종으로 좌석 수는 280석, 최대 항속거리는 1만2000㎞에 달한다. 2007년부터 개발된 C919가 2023년 정식 투입되는 걸 고려하면 CR929는 적어도 2030년은 되어야 개발이 완료될 전망이다.
C919의 한계도 분명하다. 가장 대표적인 게 국산화율이다. 중국언론에서는 C919의 국산화율이 60%에 달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더 낮아 보인다. C919의 동체, 날개와 꼬리 부분은 중국 부품사가 생산하지만, 항공데이터 기록장치는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 동체의 알루미늄합금 부분은 미국 아르코닉, 바퀴 및 제동장치는 미국 하니웰, 교신 및 항법장치는 미국 록웰 콜린스가 제조했다. 엔진 역시 미국 제너럴일렉트릭과 프랑스 사프란의 합작법인인 CFM인터내셔널의 리프(LEAP) 엔진이 탑재됐다. 해당 엔진은 보잉의 737MAX, 에어버스의 320NEO에도 장착됐다.
다만 중국은 중국에서 조립한 국산 항공기의 점유율 상승과 부품의 국산화율 제고를 통해서 자국 항공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또한 항공기 동체 및 시스템→항공기 탑재 장비→엔진 순으로 국산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고속철도 사례를 살펴보면 불가능한 계획도 아니다. 중국은 독일, 프랑스 등 고속철도 선진국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했으나 2017년 독자개발한 '푸싱호'가 베이징-상하이 구간에서 시속 350㎞로 운행하는 등 빠르게 기술을 흡수했다. 현재 중국 고속철의 국산화율은 90% 이상이다. C919의 국산화율이 고속철만큼 빠를 수는 없겠지만, C919가 중국 항공굴기의 본격적인 서막을 연건 확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