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가 자국에서 활동하는 시크교 지도자 암살의 배후에 인도 정부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자 인도가 발끈했다. 캐나다와 인도의 관계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인도 정부가 캐나다 벌어진 폭력 사건에 연루됐다는 주장은 터무니없고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간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캐나다 시크교 분리주의 운동가인 하디프 싱 니자르(46)의 암살에 인도 정부가 연루됐다는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고 밝힌 데 따른 반응이다.
니자르는 지난 6월18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시크교 사원 인근에서 총격으로 숨졌다. 그는 시크교도의 분리주의 운동가로 인도 정부는 그를 테러 분자로 규정해왔다.
트뤼도 총리는 이번 사건으로 인도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를 추방했다며 "캐나다 영토에서 캐나다 시민 살해에 외국 정부가 관여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주권 침해 행위"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어 "캐나다는 인도 정부의 최고 정보보안 관계자들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인도에 캐나다와 협력해 진상 조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트뤼도 총리는 또 지난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만나 이런 우려를 개인적으로 직접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모디 총리는 당시 캐나다에서 전개되는 반(反)인도 시위를 언급하며 캐나다 정부가 시크교 분리주의 단체의 활동을 용인하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토론토대학의 존 커튼 G20 리서치그룹 디렉터는 캐나다와 인도 정상회담에서 대표단 사이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면서 "양국 관계는 매우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니자르 살해 사건으로 캐나다와 인도의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닫는 양상이다. 다음달로 예정된 캐나다-인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무기한 연기됐다. 4개월 전만 해도 양국이 연내 FTA 체결 의사를 내비쳤던 것과 대비된다.

블룸버그는 캐나다와 인도의 관계 악화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에 맞서 동맹국들을 결집하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뿌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애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이메일 성명에서 미국은 이번 사건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면서 "캐나다의 조사가 진행되고 가해자가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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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교는 15세기 인도 펀자브 지방에서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영향을 받아 발전한 종교다. 펀자브주 서부에 위치한 암리차르는 시크교 최대 성지로 황금사원이 위치해 있다. 과거부터 급진주의자들을 중심으로 신정일치 국가를 만들자는 독립 움직임이 일면서 인도 정부와 마찰을 빚었다. 인도 정부는 1990년대 국내에서 시크교 반란을 진압했지만 이후 분리주의자들의 근거지가 해외로 이동했다.
특히 캐나다는 시크교도들이 모여 사는 대표 지역으로 2021년 기준 140만 인도계 캐나다인 중 절반 이상이 시크교도라는 통계도 있다. 트뤼도 총리는 2018년 인도 분리주의 세력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시크교도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캐나다 전역의 인도 외교공관과 영사관에서 반인도 운동을 벌였으며 이에 인도 정부는 지난 6월 인도 영사관 앞에서 벌인 시위를 "공격"으로 규정하고 반테러 조사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