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정보기관 MI6가 수집한 기밀 정보는 너무나 민감해서 슬로베니아의 정보부 수장이 런던으로 날아가 이를 대면으로 들어야 했다.
알프스 산맥 끝자락에 위치한 슬로베니아 어딘가에 러시아의 정예 스파이 두 명이 깊은 위장을 하고 숨어있었다. 하지만 MI6는 그들의 이름을 알려줄 수 없거나 알려주지 않으려 했다. CIA는 며칠 전에야 이들에 대해 들었다.
슬로베니아 정보보안국(SOVA, '올빼미'라는 뜻) 국장 요스코 카디브니크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독립 후 30년 동안 슬로베니아는 이런 스파이를 체포한 적이 없었다.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몇 주 되지 않은 시점에서 그는 슬로베니아의 국경을 훨씬 넘어 신냉전의 핵심으로 이어지는 임무를 맡게 되었다. 그의 소규모 정보기관이 러시아의 잠입 요원 두 명을 체포해야 했다.
이 임무의 중요성은 러시아에 잡혀 있는 사람들에 있었다. 러시아의 감옥에는 러시아 정치범들과 지정학적 게임의 포로교환용 인질로 잡아놓은 늘어나는 숫자의 미국인들이있었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러시아 스파이 한 명을 잡을 때마다, 러시아에 수감된 이들 중 한 명을 교환해 석방시킬 수 있었다.
미 중앙정보국(CIA) 본부 내 '러시아하우스'라고 알려진 임무 센터의 분석가들은 이른바 '비합법요원'들의 네트워크를 추적하고 있었다. 이들은 서구 사회의 구조 속으로 수년간 조심스럽게 잠입한 스파이들이었다. 그 중에는 북극기지와 존스홉킨스대학교의 브라질인 연구원으로 위장한 러시아 정보 요원들과 우크라이나의 전선에서 일하는 스페인 언론사 기자도 있었다.
러시아 정부는 이 일선 요원들을 블라디미르 푸틴의 '보이지 않는 전선'이라고 불렀다. 이들은 위조 여권과 제2외국어로 거짓 삶을 사는 요원이었다. 미국의 방첩요원들은 이들을 찾아내는 것이 바늘 더미 속에서 특정한 바늘 하나를 찾는 것과 같다고 불평했다. 하지만 슬로베니아 정보보안국장 카디브니크가 잡아야 할 스파이만큼 잘 은폐된 스파이는 없을 것이다.
서방이 이 잠입 요원들을 추적한 이야기는 지금까지 공개된 적이 없다. 월스트리트저널 취재진은 3개 대륙에서 취재했으며, 이들이 활동했던 국가들인 슬로베니아, 아르헨티나, 노르웨이, 그리스, 폴란드, 우크라이나, 영국, 캐나다, 미국의 전·현직 관리 30명 이상과 대화를 나눴다. 수백 건의 법원 문서와 개인 기록은 위조된 멕시코 여권부터 조작된 그리스 출생증명서까지, 공들여 만들어진 거짓 신상정보를 드러냈다. 스파이들은 혼란에 빠진 친구들과 동료들, 연인들을 남겼고 이들 중 20명 이상이 자신들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에 대해 상세히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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