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갑 없이' 요청 수용 과정서 석방절차 미뤄진 듯
새 비자 카테고리 신설 관련 양국 협의그룹도 제안

미국 조지아주(州)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체포된 한국인 300여명 구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방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이 10일(현지시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에게 수갑 등 신체적 속박을 당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 재입국에도 불이익이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외교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당초 이날 새벽 석방돼 전세기로 귀국하려던 자진출국 시점이 돌연 늦춰진 배경도 신체적 속박 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우리 측 요청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가능한 한국이 원하는대로 이뤄지도록 신속히 협의, 조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장관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루비오 장관을 만나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미국 제조업 부흥 노력에 기여하고자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미국에 온 우리 근로자들이 연행되는 과정이 공개돼 우리 국민 모두가 하나같이 큰 상처와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조 장관은 또 범죄자가 아닌 만큼 수갑 등에 의한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하게 미국을 출국할 수 있도록 하고 향후 미국 재방문에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도록 미 정부의 관심과 지원도 요청했다.

조 장관의 이 같은 요청에 대해 루비오 장관은 "이번 사안에 대한 민감성을 이해하고 미 경제와 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가능한 한국이 원하는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며 "빠른 후속 조치를 위해 협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외교부가 전한 루비오 장관의 언급은 한국인 구금자들을 공항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수갑 등으로 구속하지 않게 해달라는 우리 측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새벽 4~5시로 예정됐던 석방 일정이 석방 2시간여 전에 갑자기 미뤄진 것도 우리 측의 이 같은 요구에 따른 협의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300여명의 한국인 근로자 이송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이 맡았다면 지난 4일 체포 당시처럼 수갑을 채웠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수갑을 채우지 말고 이송시키라고 지시하면서 당초 예정됐던 새벽 석방이 보류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향후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논의 방안을 논의하는 한미 외교·국무부 워킹그룹 신설도 제안했다. 또 한미 정상회담을 포함한 고위급 외교일정을 논의하고 정상회담의 성과를 담은 문서를 빠른 시일 안에 발표해 후속조치가 적극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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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오 장관은 이와 관련, "내부적으로 검토해 가능한 방안을 모색해보겠다"고 답했다.
조 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대한 논의를 언급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밝힌 '페이스 메이커'의 역할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한 데 대해 루비오 장관은 "대북 대화에 열려있고 이를 위해 한·미의 긴밀한 공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