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관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산 합의' 여부다. 양국 무역갈등 분위기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 5차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극적 반전되며 약 6개월간 이어진 대치 상황이 오는 30일 부산 정상회담에서 종지부를 찍을 여건이 마련됐다. 다만 중국 쪽에선 미국과 달리 신중한 반응이 나온다. 한 달전 양국 정상 통화 직후 중립적 반응을 보인 중국이 결국 희토류 수출 통제조치를 강행한 전례도 있다. 서로를 겨눈 고율 관세와 희토류 조치가 치명적인 만큼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말레이시아 협상 직후 미국 대표단이 내놓은 발언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 춘절(음력 설) 직전에 베이징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워싱턴에서의 정상회담은 내년 가을 G20 정상회의(미국 마이애미) 전에 시 주석이 방문해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부산 정상회담뿐 아니라 양국 정상의 방중과 방미를 거론할 만큼 말레이시아 협상이 순조로웠단 뜻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1년 동안 유예되고 미국의 대(對)중국 100% 추가 관세도 시행되지 않을 것"이란 베선트 장관의 발언도 미국은 양측 모두 상당부분 합의에 이른 것으로 본단 맥락이다.
중국 측 반응은 미국과 시차를 두고 전해졌다. 말레이시아에서 베선트 장관과 협상을 진행한 리청강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장관급) 겸 부부장(이하 리 부부장)은 "△미국의 대중 해운·조선업 관련 301조 조치△상호관세 유예기간 연장△펜타닐 관련 관세 및 마약퇴치 협력△ 무역 확대△수출통제 등 의제에 대해 심층적이고 솔직한 논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산당 중앙기관지 인민일보는 논평을 통해 "폭넓은 의제에 대해 건설적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중국 측 반응엔 미국과 온도차가 있었다. 리 부부장은 양국의 협상을 두고 "초보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표현했다. 희토류와 추가 관세 유예 등 양국 간 첨예한 무역 이슈에 대해선 별도의 언급이 없었다. 대신 "지난 한 달, 양국 경제무역 관계에 다소 진동과 변동이 있었고 이런 진동과 변동은 중국이 원하던 바가 아니다"고 일련의 협상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단 점도 내비쳤다.

지난달 19일 양국 정상의 통화 직후 미국과 중국 간 반응도 이처럼 엇갈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시 주석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것과 달리 관영 신화통신은 "미국은 수차례 협상을 통해 거둔 성과에 충격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시 주석의 발언을 전했다. 이후 중국은 지난 9일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고, 이번 말레이시아 무역협상 직전까지 미중 관계는 양국 정상 통화 이전보다 오히려 악화됐다.
오는 30일 부산 정상회담 결과를 섣불리 낙관하기 힘든 이유다. 중국은 미국과 호주의 '희토류 동맹'에도 주목한다. 희토류 매장량 세계 4위인 호주가 미국과의 희토류 개발에 속도를 내면 중국으로선 미국을 견제할 핵심 카드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에선 미국이 자체 희토류 공급망을 갖추는 데 8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나오지만 미국과 호주의 희토류 공조는 중국으로선 견제 대상이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를 만나 "양국 자유무역협정(FTA) 검토를 적극 추진하고, 경제·무역 협력을 심화하며, 녹색경제·첨단기술·디지털산업 등 협력 잠재력을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30일 부산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내놓을 발언을 통해 양국 무역갈등 봉합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인민일보는 "양국이 갈등을 관리하고 협력을 진전시키는 핵심은 양국 정상 간 합의의 충실한 이행"이라며 부산 정상회담에서 모든 것이 정해질 것이란 점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