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의회에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하원의장을 지낸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원(85)이 내년 11월 하원 선거 불출마 의사를 6일(현지시간) 밝혔다. 40여년에 걸친 진보 성향 민주당 거물 정치인의 정계 인생에 종지부를 찍는 사실상의 은퇴 선언이다.
펠로시 의원은 이날 자신의 선거구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유권자들에게 보내는 소셜미디어(SNS) X(옛 트위터) 영상 연설에서 "감사한 마음으로 의정 활동의 마지막 해를 맞이하고자 한다"며 "더 이상 의회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펠로시 의원의 은퇴 선언은 지난 4일 주민투표에서 캘리포니아 유권자들이 연방하원 의석 5석을 늘리는 선거구 재조정안(프로포지션50)을 압도적으로 찬성, 통과시킨 지 이틀만에 나왔다. 이 안건은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로 텍사스주에서 연방 하원의원 의석 5석을 늘리도록 선거구를 개편을 추진한 데 대한 맞불 성격으로 추진됐다.
미국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연방 하원의장 기록을 가진 펠로시 의원은 정치권에서 여성의 유리천장을 직접 깨면서 미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정치인이라는 역사를 쓴 인물로 평가받는다. 펠로시 의원은 진보 성향 도시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정주부로 지내다 1987년 47세에 늦깎이로 정계에 입문한 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로 2003년부터 20년 동안 민주당을 이끌었고 그중 8년은 두 차례에 걸쳐 하원의장(2007~2011년, 2019~2023년)을 지냈다.

임기 중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 입법과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통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게 최대 업적으로 꼽힌다. 스스로도 2022년 기자회견에서 "건강보험 개혁이 가장 큰 의제였고 그게 내가 의회에서 이룬 가장 큰 성취"라고 밝혔다.
펠로시 의원은 2017~2020년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동안 격렬하게 대립하면서 내란 선동 등의 혐의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두 번이나 가결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당시 탄핵소추안은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상원에서 두차례 모두 부결됐다.
두 사람의 대립은 2020년 국정연설에서 정점을 찍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상을 오르면서 당시 하원의장이었던 펠로시 의원이 건넨 악수를 거부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마무리될 쯤 펠로시 당시 의장은 연설문 사본을 찢어버리면서 "모든 페이지가 거짓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이 장면은 TV로 생중계됐다.
펠로시 의원은 2022년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정치적 후회를 묻는 질문에 "공화당이 권력을 잡지 못하도록 더 많은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트럼프 같은 인물이 미국 대통령이 되지 못하도록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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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의원에 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직을 맡은 하킴 제프리스 의원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펠로시 의원은 상징적이고 전설적이며 변혁적인 인물"이라며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놓은 위대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정계 은퇴와 함께 펠로시 의원은 '철권 통치'로 불리던 단호한 리더십과 하이힐을 신고 의사당을 빠르게 오가던 모습으로 회자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