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미국 언론 기고문에서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해 내년 국방비를 늘리고 미국 무기 도입 등을 통해 자국 국방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격화하는 중일 갈등에 관해 미국이 말을 아끼고 있는 가운데, 갈등의 중심에 있는 대만이 방위비 증액 카드로 대미 신뢰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라이 총통은 25일(현지시간) 공개된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중국의 압력이 거세짐에 따라 최근 몇 년 동안 이미 2배로 증가한 국방비는 내년에 국내총생산(GDP)의 3.3%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이 기준선을 2030년까지 5%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하며 이는 대만 현대사 최대 규모의 지속적인 군사 투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정부는 400억달러(약 58조4000억원) 규모의 추가 국방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며 "이 예산은 미국으로부터의 주요 신규 무기 구매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대만의 비대칭 역량도 크게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이 총통은 "중국의 전례 없는 군사력 증강과 대만해협·동중국해·남중국해, 그리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심해지는 도발들은 역내 평화의 취약성을 부각했다"며 "무력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중국의 의지는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에 미국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분명히 밝혀준 데 감사드린다"며 "국제사회는 트럼프 행정부가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한 덕분에 더 안전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만도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중국의 미사일·로켓·드론·전투기로부터 대만을 보호하기 위해 설계된 다층 통합 방어시스템인 '티돔(T-Dome)'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라이 총통은 "민주주의와 자유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가치임을 전제로 양안 간 대화 기회를 계속 모색하겠지만, 대만의 안보와 주권은 단순한 수사만이 아닌 강력하고 단호한 행동으로 지켜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대만이 미국에 '보호비'를 지불해야 한다며 국방 예산을 GDP의 10%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과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 속에서 대만 정부는 내년도 국방 예산을 올해보다 22.9% 늘리기로 했다. 이는 대만 GDP의 3.32%로, 대만 국방 예산이 GDP의 3%를 넘어선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 측은 대만의 방위비 증액 발표를 환영했다. 대만 주재 미국대사 격인 레이먼드 그린 미국재대만협회(AIT) 타이베이 사무처장은 페이스북에 "미국은 대만이 억지력 강화에 필요한 중요한 비대칭 전력을 신속히 확보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전 세계가 대만해협 양안의 이견이 평화적으로 강압 없이 해결되도록 하는 데 중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