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내수용' 위안화 표시 국채를 최초로 발행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과의 밀월이 깊어지면서 기업들의 위안화 통화 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인데, 탈달러화 추세를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재무부는 오는 2일 국내에서 거래되는 위안화 표시 2부 채권에 대한 주문을 접수한다. 인테르팍스통신은 발행자가 3.2년 만기 채권의 쿠폰 금리를 6.25%~6.5%로 책정하고, 7.5년 만기 쿠폰 금리는 7.5%로 제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달러화와 유로화 접근이 차단된 반면 대중 무역흑자는 급증해 현지 수출업체들이 위안화 통화 과잉에 시달리면서 위안화 부채를 늘리지 않을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중국 청신 국제신용평가의 헬레나 팡 연구원은 "러시아의 위안화 국채 발행은 위안화 국제화의 중요한 현지 적용 사례이자, 변화하는 국제 금융 상황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달러화 탈피(de-dollarization) 추세에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강제 합병 이후 일부 기업들이 국제 자본시장에서 배제되자 위안화 표시 국채 발행을 검토해왔다. 그러다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강화되자 위안화 표시 국채 발행에 속도가 붙었다. 러시아가 위안화 표시 '국내' 국채를 판매하기까지 10년이 걸린 셈이다.

중국 세관 수치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대러시아 무역적자는 10월까지 190억달러로, 2022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러시아의 대중 에너지 수출은 견고하나,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높아진 관세 여파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위안화 통화로 국내에 투자할 선택지가 한정된 러시아 기업들의 손에 위안화 현금이 많이 남게 됐다.
러시아 기업들은 최근 몇 년 동안 현지에 상장된 위안화 채권을 매매해왔다. 하지만 국가 벤치마크 즉 관련 국채가 없다는 점이 성장에 한계로 작용해왔다. 스베르방크 자본시장 헤드인 에두아르드 자바로프는 "러시아 기업 차용자 입장에선 부채 증권의 가격을 더 효율적으로 매기기 위해 수익률 곡선의 기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로써 러시아는 헝가리,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의 샤르자 등에 이어 위안화 표시 국채 발행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올해 이들 국가들이 발행한 위안화 표시 국채의 규모는 130억위안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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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위안화 차입 조달은 수년간 늘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해외에서 위안화로 발행된 채권인 딤섬본드는 올해 8550억위안으로 지난해 연간 발행 규모를 넘어섰다. 중국 내륙시장에서 외국인이 판매한 판다본드 혹은 위안화 부채 발행도 지난해 1950억위안에 달했다. 카자흐스탄 국영 정유사가 첫 딤섬 본드 발행을 계획하고 있고, 케냐는 달러 표시 채권을 위안화 표시 채권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슬로베니아와 파키스탄은 위안화 차입 의향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도 국제 자본시장에서 위안화 사용을 늘리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중앙은행은 연례 보고서에 해외 기업 및 기관의 위안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위안화 대출, 판다본드, 해외 위안화 지폐 및 무역 금융 등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위안화는 세계에서 달러 다음으로 많이 통용되는 화폐로, 국제 무역금융 결제에서 8.5%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위안화가 이미 국부펀드 포트폴리오에서 유동자산의 57%를 차지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인 2022년 1월에는 그 비중이 31%였다. 팡 연구원은 "러시아의 위안 풀이 확대되면 국경 간 위안 지불 인프라가 업그레이드되고 확장될 것이며, 위안의 국제화에 필요한 하드웨어 지원이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헤지 비용부터 위안화 유동성 풀의 깊이까지 위안화가 달러화를 대체하기엔 무리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러시아가 내수용 위안화 국채를 발행하기까지 10년이 걸린 것 자체가 이를 방증한다.
반면 상대적으로 환율이 안정적인 반면 이자율은 낮아 제3 세계 등 일부 국가에서는 위안화 조달 수요가 꾸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스탠다드차타드(SC) 중화권 및 북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딩 슈앙은 "이번 채권 발행은 러시아에 경제적으로 타당하다"며 "다른 국가들도 위안화 채권 발행이 경제적으로 타당하다면 이를 뒤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