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키맨]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총리

'일본 최초 여성 총리' '여자 아베' '철의 여인'….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취임 3개월만에 의회 해산 '승부수'를 던지고 치른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의 승리를 이끌었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그의 광범위한 인기는 자민당 단독으로 의석 2/3를 넘긴 압승에 결정적 요소였다는 평가다.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영화 'K팝데몬 헌터스'의 주제곡 골든에 맞춰 드럼을 연주하고, 이탈리아 총리와 '셀카'를 찍는 등 해외 정상들과 소통하는 모습도 젊은 유권자들을 끌어당겼다.
다카이치 총리는 1961년 나라현 태생으로 올해 64세다. 유복한 환경이나 세습정치 가문과는 거리가 멀다. 그의 어머니는 경찰관으로 엄격한 편이었다고 한다. 학창 시절도 남달랐지만 '정치귀족'같은 모습은 아니다. 지역 내 3대 공립 명문으로 꼽히는 우네비고교 시절 밴드를 결성해 드러머가 됐다. 그가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일본 록밴드 엑스재팬의 드러머 '요시키'다.
드럼은 지금도 그녀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중 하나다. 그녀의 관저에는 전자 드럼 세트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즐겨타던 오토바이도 취미 중 하나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 국회의 오토바이 클럽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고베 대학에 진학, 왕복 6시간 통학을 했던 일화는 그녀의 강단있는 성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일본 민영방송 앵커를 거쳐 정치계에 입문했고 1993년 처음 중의원에 당선됐다. 아베 신조 총리시절 내각에서 과학기술·저출산 정책 등을 담당하는 특명담당대신, 총무상 등 여러 차례 각료직을 맡았다. 기시다 후미오 전 내각에서는 경제안보담당상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예상을 뒤엎고 자민당 총재에 당선된다.
와카 이케다 다페스트 청소년연구소 연구원은 "다카이치 총리가 개인의 노력으로 총리가 된 사실은 노력에 대한 보상이 있다고 믿고픈 젊은이들에게 롤모델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강경 보수 성향으로, 취임 전엔 주변국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유권자들은 그의 결단력있는 모습에 호응했다. 특히 30세 미만 국민들의 지지가 강하다. 지난해 12월 실시된 산케이신문과 후지뉴스네트워크(FNN)의 여론조사에서 18~29세 사이 유권자들의 내각 지지율은 92%에 달했다. 현지 언론은 "젊은 층은 정치인들의 이미지 전략에 특히 민감하며 유권자들은 최근 몇 차례 (전직) 총리들에 지쳐가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SNS(소셜미디어)에서 영향력을 키우며 젊은 유권자의 지지를 확보한 것도 이번 선거의 승리요인으로 분석된다. 현재 일본 SNS에서는 20~30대를 중심으로 다카이치 총리의 패션과 생활 등을 따라 하는 이른바 '사나카츠'(다카이치 총리의 애칭 '사나'와 활동을 뜻하는 '카츠'가 합쳐진 말) 열풍이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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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강력한 리더십을 확보하는 수단 중 하나로 패션을 활용했다. 중요한 날엔 파란색 재킷을 입어 자신의 롤모델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떠올리게끔 했다. 대처 전 총리는 '원조 철의 여인'으로 불린다. 아울러 명확하고 단호한 말투는 '일을 해내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었다.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해 10월 당선 직후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해 갈 것"이라고 말한 것이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정치적으론 아베 전 총리의 기조를 이어받은 걸로 평가된다. '여자 아베'로도 불리는 이유다. 그는 총리가 된 후 대만의 안보를 일본과 연계시키면서 방위비 증액 계획을 앞당겼고 이 과정에서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취임 일주일만에 정상회담을 갖고 미일 결속을 강화했다. 장기적인 경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공지능(AI) 인프라, 반도체 분야에 대한 국가 주도 투자도 우선시했다.
그의 인기 비결이 이미지 정치만은 아니다. 영국 가디언은 젊은층이 강경 보수파인 다카이치 총리에 열광하는 이유에 관해 실질적인 경제적 혜택을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총리는 고물가 안정화 대책을 중심으로 한 포괄적인 경제 패키지를 발표했다. 이 패키지에는 전기 및 가스 요금 인하, 지방 정부에 대한 보조금, 자녀 양육 가족에 대한 재정 지원 등이 포함됐다.
가디언은 "그녀는 소득세 기준 인상과 실수령액 인상을 위한 공제 확대 등 세금 감면을 주도해왔다"며 "월급에서 떼이는 세금과 보험료는 늘어나고 물가 상승으로 구매력이 떨어진 젊은층에 있어 실수령액을 늘려주겠다는 약속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