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2월24일 새벽(현지 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요 군사시설에 대한 공습을 시작했다. 친러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 사이 교전이 있는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 전역을 포함해 수도 키예프 등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한 침공을 강행했다. 설마 했던 전쟁의 발발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당시 연설을 통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위협을 용인할 수 없다"며 "작전의 유일한 목표는 지난 8년간 키예프 정권의 처형과 대량 학살에 고통받아온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이 발발하자 세계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코스피는 2.6% 급락하며 2600선으로 내려앉았고, 일본 닛케이지수는 2.3% 떨어져 2020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2만6000선이 무너졌다. 뉴욕증시도 주요 지수 선물이 일제히 2% 넘게 급락했다. 러시아 시장은 특히 피해가 컸다. 러시아 RTS지수는 장중 35% 넘게 폭락했으며, 미 달러화 대비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이날 한때 9%가량 추락했다. 국제유가는 5% 이상 뛰었다. 천연가스 선물도 이날 유럽 시장에서 약 35% 치솟으며 1000㎥당 1400달러 가까이 올랐다.

푸틴 대통령은 '작전의 유일한 목표'로 "돈바스 주민 보호"를 꼽았지만, 실제 명분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진 저지에 가깝다.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 동유럽 국가 대부분이 나토에 가입하면서 우크라이나는 서방과 러시아가 부딪히는 최전선이 됐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마저 나토 가입을 추진하자, 러시아는 자칫 서방과 패권 다툼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보좌관은 관영매체 RT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핵전쟁이 터질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수주 안에 전역을 점령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초기 전투에서 선전했다. 러시아에 빼앗겼던 하르키우, 헤르손 등 영토도 속속 탈환했다. 그러자 러시아는 같은 해 9월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고, 2차 세계 대전 이후 처음으로 국민 동원령을 내렸다.
러시아는 예비군 30만명을 추가로 징집, 투입했다. 그동안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이 아닌 '군사 작전'이라고 주장해왔지만 사실상 확전을 선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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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한 전쟁으로 발생한 인명 피해는 끔찍한 수준이다. 올해로 만 4년, 햇수로 5년째에 접어든 전쟁은 200만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다. 러시아군 사상자는 총 120만명이다. 사망자는 32만5000명가량으로 파악됐다. 우크라이나군은 사상자 60만명에 전사자 10만~14만명으로 추정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무력 충돌이다.
'드론'의 등장도 피해를 키웠다. 드론은 소형이고 저비용인 데다 정밀한 타격이 가능하다. 러시아는 세 번째 종전 협상을 앞둔 지난 17일에도 드론 400대를 동원해 우크라이나 12개 지역을 폭격했다. 이 일로 어린이를 포함해 9명이 다치고 10채 넘는 아파트, 기반 시설이 무너졌다.
지난 19일에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북서부 정유시설을 타깃으로 삼아 드론 공격을 퍼부어 화재를 발생시켰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러시아군 사상자를 최소 약 120만명, 우크라이나군 사상자를 약 60만명으로 추정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 정도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강대국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세계 경제에 미친 피해도 막대하다. 러시아는 유럽의 최대 천연가스 공급국이었다. 하지만 전쟁 이후 국제 제재로 수출이 끊겼다. 유럽은 천연가스 수입 확대, 재생에너지 투자 등 대응에 나섰지만, 에너지 비용 상승을 피할 수 없었다. 전기·난방비 상승은 가계는 물론 제조업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유럽 전반의 경제성장률 둔화로 이어졌다.
식량 시장에도 충격이 이어졌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 밀·옥수수 수출국이다. 항구 봉쇄와 물류 차질로 수출이 막히면서 2022~2023년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했다.

전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변곡점을 맞았다. 트럼프는 지난해 1월 취임한 직후부터 중재자로 나섰다. 미국의 비용 부담 축소,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지역 양보를 내세웠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당연히 이를 거부했다.
지난 18일까지 진행된 세 차례 종전 협상이 모두 성과 없이 끝난 것은 영토 문제에 이견이 있어서다.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 전체를 넘기라는 입장이고 우크라이나는 돈바스 내 러시아군이 장악하지 않은 지역은 포기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또한 돈바스 할양 요구에 응한다면 러시아가 더 큰 영토를 요구할 것이라고 맞섰다.
유럽 정보기관 수장들은 올해 안에 종전 합의를 이룰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로이터통신 익명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회담은 협상 연극", "러시아는 여전히 평화가 아닌 전략적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