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방탄소년단(BTS)이 2020년 이후 약 6년 만에 정규 5집 '아리랑' 을 발매하고 대규모 월드투어에 나선다. 투어의 기획·운영 및 티켓 판매를 전담하는 기업은 라이브 네이션(Live Nation)이다. 라이브 네이션은 전 세계 51개국 사무소, 460개 공연장의 소유권 및 독점 예약권을 기반으로 BTS 월드투어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회사 티켓마스터(Ticketmaster)를 통한 사전 예매 관리부터 현장 운영, 광고·홍보까지 도맡는 구조다.
세계 최대규모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라이브 네이션은 블랙핑크, 트와이스, 스트레이키즈 등 주요 케이팝(K-POP) 가수의 해외 진출을 상당수 도맡아왔다. 오아시스, 콜드플레이 등 글로벌 아티스트들의 내한공연도 라이브 네이션 주도로 이뤄졌다.
바로 이 지점이 미국 정부가 라이브 네이션에 대해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배경이다.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걸쳐 라이브 네이션의 독점적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2024년 5월, 메릭 B. 갈랜드 당시 법무부 장관은 "팬과 아티스트들이 독점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시대의 종언"을 선언하며 라이브 네이션과 티켓마스터의 기업 분할을 강제해야 한다고 소송 취지를 밝혔다. 이 소송에 미국 내 39개 주 및 워싱턴DC 정부도 참전했다.
라이브 네이션은 민간 중재로 넘겨달라는 중재회부신청(Motion to Compel Arbitration), 배심원 재판 대신 약식 판결신청(Motion for Summary Judgment)등으로 1년 8개월간 대응해 왔으나,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은 올해 2월 핵심 의혹에 대해 재판에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결정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정치 지형이 달라졌고, 법무부 장관과 반독점국차관보가 교체되면서 행정부의 기조 변화 가능성도 감지된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라이브네이션을 중심으로 글로벌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산업 변화를 분석하고, 재판에서 다뤄질 반독점법 쟁점과 케이팝 영향 가능성을 짚어봤다.
재판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2010년 정부가 승인했던 라이브 네이션과 티켓마스터의 합병을 소송제기이후 14년 만에 무효화(기업 분할)하려는 시도다.

당초 법무부는 10년간 경쟁사 보복·차별 금지 등을 골자로 한 합의 명령(Consent Decree)을 내걸었지만, 2019년에는 라이브 네이션이 합의 명령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DOJ가 준수 기간 연장 및 추가 조건 부과를 강제했다. 그럼에도 법무부가 기업 분할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빼든 것은 규제의 틀을 우회하는 독점 구조의 고도화를 막지 못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합의 명령만으로 라이브 네이션의 독점 추구를 막기에 역부족이라 생각했다. 라이브 네이션이 자사 소유 공연장들로 하여금 티켓마스터와 10년 이상 장기 독점계약을 맺도록 압박하는 등 법망을 어렵지않게 우회했다는 판단에서다. 법무부는 이를 공연장, 프로모션(기획), 티켓팅이 서로의 수익을 보완하며 순환적으로 강화되는 '자기증식적 지배 구조', 일명 '플라이휠(Flywheel)' 모델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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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라이브 네이션이 소유한 공연장 이용을 허가하는 조건으로 자사 프로모션 서비스 계약을 강요하는 '끼워팔기'관행도 있다고 봤다. 확보한 아티스트 콘텐츠를 앞세워 전 세계 각국 공연장들에 장기간 독점 티켓판매 계약을 강요해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편익을 저해했다는 주장이다. 법무부 소송 자료에 따르면 라이브네이션은 미국 내 주요 대형 공연장 티켓팅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다.
라이브 네이션은 이를 불법적 독점이 아닌 공급망 최적화를 통한 경영효율성 추구라고 항변한다. 대규모 월드 투어의 복잡한 물류와 리스크를 감당하기 위한 규모의 확장이며, 여기에 생긴 시장 지배력은 아티스트와 팬 모두에게 효용을 준다고 맞서고 있다.
라이브 네이션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252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간 개최 콘서트 횟수는 전 세계 5만5000여건, 티켓판매량은 8억500만장이 넘는다. 이로 인해 2010년 합병 당시 기업 가치인 25억 달러와 비교하면 15년 만에 10배 넘는 외형 성장을 이뤘다.
이같은 성장은 음악 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맞물려 있다. 주요 매출경로가 앨범 판매에서 스트리밍으로 옮겨가면서, 곡당 스트리밍 로열티매출이 0.003~0.005 달러로 오히려 감소했다. 때문에 아티스트는 전체 매출의 90%를 콘서트에서 거둬들이는 구조로 바뀐 것. 때문에 대형 공연장을 장악한 라이브 네이션은 아티스트들이 피할 수 없는 채널이 됐다.

예를 들어 2023년 테일러 스위프트의 스트리밍 총 횟수는 대표 스트리밍 앱 스포티파이에서 291억회로 역대 최고를 세웠고, 로열티로 1억 달러를 벌었다. 반면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 콘서트를 통해서는 티켓 판매금액으로만 20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콘서트의 경우 스위프트와 같은 톱 아티스트는 20억 달러 중 90%에 이르는 18억 달러(라이브네이션 추산)를 가져가지만, 스트리밍 로열티 수익은 작곡가, 프로듀서, 레이블 등 여러 권리권자와 나눠 가져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 라이브 음악 산업이 급성장하자, 라이브 네이션은 대형 공연장 확보에 집중했다. 주(州) 별로 2~3만명 이상 수용 가능한 대형 공연장을 사거나 지었다. 해외에선 지분 투자나 장기 독점 계약 방식으로 대형 공연장을 확보해 나갔다. 미국 음악의 성지라 불리는 샌프란시스코의 필모어를 비롯해 로스앤젤레스의 팔라디움, 암스테르담의 지고 돔, 더블린의 3아레나 등 라이브네이션은 현재 전 세계 460여 곳의 공연장을 보유하게 됐다.
또 핵심 자회사와 수십 개의 사업부, 국가별 사무소를 만들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주요 자회사로는 △티켓마스터 △라이브 네이션 콘서트(기획) △라이브 네이션 네트워크 △베뉴 네이션 (공연장 관리) △아티스트 네이션 등이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처럼 유럽, 남미,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전세계 51개국에 사무소를 설치했다.
한 마디로 아티스트가 라이브 네이션 매니지먼트를 받고, 기획자로 라이브 네이션을 선택하며, 라이브 네이션이 통제하는 공연장에서 공연하고, 라이브 네이션 소유의 티켓마스터로 티켓을 팔며, 라이브 네이션이 조율한 스폰서십 혜택을 받는 생태계가 만들어진 셈이다.
라이브 네이션은 정교한 수수료 체계를 가동해 수익 극대화에 나섰다. 예컨대 액면가 100달러의 티켓인 경우 스위프트가 90달러, 기획사가 10달러를 나눠갖는다. 티켓마스터는 자체서비스 수수료 약 10달러, 공연장 시설 이용료 약 15달러 등을 추가해 팬이 최종 결제하는 금액은 125달러 수준이 된다.
라이브 네이션은 콘서트 당일, 공연장 서비스 항목도 늘리며 수익을 키웠다. 매점, 주차, 보안, 안내, 기념품 판매, 보조배터리 대여 서비스, 교통편 제공 등의 비용을 징수했다. 다양한 기업 스폰서를 결합한 파트너십 모델까지 붙여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거대화했다.
하지만 라이브 네이션의 시장 지배력이 확연했던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 당시, 티켓마스터 시스템 결함으로 예매 중단 사태가 터지면서 지배력의 오남용 문제가 미 연방의회 청문회로까지 이어져 소송을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월 18일, 맨해튼 연방법원의 아룬 수브라마니안 판사는 라이브네이션의 소송 기각 신청을 일부 인용하고 일부 기각함으로써 재판 개시를 확정했다. 이에 라이브네이션은 22일 재판을 중지하고 중간 상소를 허가해달라는 긴급 신청서를 제출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법원은 재판을 일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앞선 약식 판결 신청에 대한 결정에서 수브라마니안 판사는 라이브 네이션이 야외 공연장 이용 권한을 활용해 공연기획 서비스와 연계(Tying)하고 티켓 시장을 독점했다는 법무부의 논리를 인정했다. 아티스트들이 공연장 확보를 위해 라이브 네이션을 기획자로 선택하도록 강요받았다는 것. 대형 공연장의 80%가 티켓마스터와 10년 단위 장기계약을 맺고 있어 경쟁 업체의 진입을 원천 봉쇄했다는 법무부 주장에 충분한 근거가 있어 재판에서 다뤄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라이브 네이션이 공연 기획 시장을 독점하고 높은 티켓 가격을 통해 팬들에게 해를 끼쳤다는 법무부의 주장은 기각했다. 수브라마니안 판사는 "단순히 라이브 네이션의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기획 시장 전체를 독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구체적인 위법 행위가 입증되지 않은 일반적인 시장 지배력 주장은 기각했다.
특히 법무부가 제기한 '전국적인 팬 대상 시장(National Fan Market)' 독점 주장은 개념이 모호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중은 특정 지역이나 장르에 따라 움직이는데 이를 단일한 전국 시장으로 묶어 독점을 논하기엔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이번 결정에서 공연 기획 시장 독점 청구가 기각된 것은 라이브 네이션 측에 유리한 중대한 전환점이다. DOJ는 당초 "기획과 티켓팅이 서로를 강화하는 복합 독점 구조"를 소송의 핵심 논리로 내세웠는데, 법원이 기획 시장 독점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 논리의 한 축이 무너진 셈이다. 기업 분할의 법적 근거가 약해졌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라이브 네이션의 기업규제담당 부사장 댄 월은 이에 대해 "기업 분할이라는 극단적 조치까지는 갈 필요가 없음을 재판부가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이어 "기업 분할 논의가 사실상 소멸한 상태에서, 법무부 및 각 주 법무장관들과 함께 현실적이고 상식적인 해결책을 찾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영업 관행 수정(Behavioral Remedies) 수준의 합의는 가능하다는 신호를 법무부에 보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이와 별개로 39개 주+워싱턴DC 정부가 제기한 '주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법원은 "(라이브 네이션의) 독점 행위로 인해 팬들이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은 합리적으로 예견 가능하고, 라이브 네이션의 항변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며 이 사안도 재판으로 넘겼다.
재판을 불과 3주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변수가 등장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소송을 주도하던 게일 슬레이터 법무부 반독점국 차관보가 전격 경질됐다. 미 정치권과 관련 업계는 이번 경질의 이면에 라이브 네이션의 강력한 로비 활동이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변호사 출신인 슬레이터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기술 정책 자문을 맡았고, 연방거래위원회(FTC)에서 꽤 오랜기간 근무한 경력이 있다. JD 밴스 부통령이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이었을 때 경제 고문을 맡기도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법무부 반독점국 차관보로 임명됐다.
블룸버그와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슬레이터는 트럼프 행정부 내 친기업 정치인과 주요 인사들로부터 불만을 샀다. 지난해 휴렛 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와 주니퍼 네트웍스의 합병을 막으려 했던 슬레이터의 강경책으로 인해 행정부내 실세는 물론이고 팸 본디 법무장관, JD 밴스 부통령 등과도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는 전해진다.
기업들은 점차 슬레이터를 건너뛰고 백악관 고위직과 직접 접촉하려고 로비스트를 고용했다. 대표적으로 마가(MAGA)의 대표적 인물인 마이크 데이비스가 지목된다. 트럼프 측 법률 자문 단체 '아티클 III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유명해진 데이비스는 HPE 합병 건과 라이브 네이션 소송에 모두 개입해 로비활동을 벌이며 정부 측 인사들에게 슬레이터가 트럼프 행정부의 친기업 기조에 반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슬레이터 경질 소식을 듣고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우리가 해냈다"고 자축하는 글을 올렸다. 그의 로비가 경질에 영향을 미쳤다는 정황으로 해석된다.
슬레이터 경질을 두고 정부가 '기업 분할'이라는 기존 목표에서 한 발 물러설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과징금 부과나 영업 관행 수정 등 행태적 구제(Behavioral Remedies) 수준의 합의로 마무리될 가능성도 언급된다. 일부 언론에서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독점 계약 기간을 10년에서 3~5년으로 줄이거나 수수료 체계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정도의 합의안도 거론됐다.
다만 뉴욕·캘리포니아 등 다수 민주당이 성향 주 법무장관들은 연방 정부가 합의하더라도 독자적으로 재판을 계속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소송이 완전히 마무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국내 케이팝 기획사들도 간접 영향권에 있다.

하이브는 앞으로 열릴 BTS의 2026 월드투어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간 이뤄진 정국, 지민, 제이홉 등 주요 멤버들의 솔로 투어도 라이브 네이션과 함께 했다. 최근 성료한 블랙핑크(YG엔터테인먼트)의 '데드라인' 월드투어도 라이브 네이션이 전 세계 주요 도시 스타디움 공연장과 프로모션을 담당했다. JYP는 일찌감치 라이브 네이션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고 트와이스, 스트레이 키즈의 북미 스타디움 공연을 진행했다.
라이브 네이션과 티켓마스터가 분할될 경우, 국내 기획사들은 공연장과 티켓팅, 해외 프로모션을 각각 협상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운영 효율성이 떨어지면 그 비용은 소비자에게 수수료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이는 반대로 기획사의 독점 조항에서 벗어나 더 유리한 조건에서 협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 팽팽한 논점이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송의 핵심 쟁점이다. 앞서 기술한대로 라이브 네이션 측은 분할 시 효율성 저하로 소비자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미 법무부는 독점 해소가 장기적으로 수수료 경쟁을 유발해 오히려 소비자 부담을 낮출 것이라고 반박한다.
경기도 고양시가 추진하는 고양시 K-컬처밸리 아레나 프로젝트도 간접 영향권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라이브 네이션 및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로 구성된 '라이브 네이션 컨소시엄'을 민간공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만약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송에서 라이브 네이션에 대한 행태적 시정명령이나 기업 분할이 결정될 경우,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의 사업 범위와 운영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해당 프로젝트의 계약 조건 협의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독점으로 인해 회사가 분할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마지막 사례는 1984년 AT&T분할이 마지막 사례였다는 점을 들어 분할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또 미 법무부가 2010년에 라이브 네이션과 티켓마스터의 합병을 승인하면서 당시 "콘서트 관객, 아티스트 및 업계 전체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승인 취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분할까지 밀어붙이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이번 재판의 향방에따라 K-팝 기획사들이 글로벌 공연 시장에서 더 많은 선택지를 갖게 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수원=뉴시스] K-컬처밸리 아레나 조감도. (사진=경기도 제공) 2025.10.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2/2026022509461765041_7.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