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공격이 드러낸 '전략적 동반자'중국의 민낯

미국의 이란 공격이 드러낸 '전략적 동반자'중국의 민낯

김하늬 기자
2026.03.15 06:00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부산=AP/뉴시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취재진에 인사하고 있다. 2025.10.30. /사진=민경찬
[부산=AP/뉴시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취재진에 인사하고 있다. 2025.10.30. /사진=민경찬

미국이 지난달 28일 이란을 공습해 이란 정권을 붕괴 직전까지 몰아붙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개입을 자제하며 '전략적 기회주의' 노선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이란 타격은 중동의 지정학적 역학관계뿐만 아니라 중국의 대외 전략에도 중대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중국은 이란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를 맺고 있지만, 최근의 대응은 철저한 실용주의와 자국 중심적 안보관에 기초하고 있다는 평가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브루킹스연구소,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채텀하우스 등 주요 싱크탱크의 분석을 토대로 이란 사태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판단과 대외 정책의 우선순위를 짚어봤다.

중국의 '전략적 기회주의'

중국의 대이란 정책은 동맹 방어가 아니라 비용 대비 이익을 극대화하는 선택적 관여, 즉 전략적 기회주의라는 지적이다.

(베이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딩쉐샹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23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2025.04.24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베이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베이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딩쉐샹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23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2025.04.24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베이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이란과 중국은 2016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지만, 이는 러시아나 파키스탄과 맺은 전천후 전략 동반자 관계(All-weather strategic partnerships) 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대신 유럽연합(EU),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동등한 수준으로 여겨진다. 중국 입장에서 이란과의 관계는 국가 존립에 직결되는 핵심적(Existential) 수준은 아니며, 양국 관계는 근본적인 비대칭성을 안고 있다는 평가다.

라이언 하스 존 L. 손튼 중국 센터(John L. Thornton China Center) 소장은 지난 1월27일 '이란 정권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중국은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가?'라는 분석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이란에 상당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나 이는 국가 존립에 직결되는 핵심적(Existential) 수준은 아니다"라며 양국 관계가 비대칭적이라고 지적했다. 두 나라 간 무역 구조가 현저히 불균형한 상황에서 중국과 이란의 관계가 상호 대등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2025년 기준 이란은 원유 수출의 8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수년간 미국이 강력한 대이란 제재를 펼쳐오는 동안에도 중국이 허위로 등록한 '유령 배(유조선)'을 이용해 이란의 석유를 싼 가격에 대량 구입해줌으로써 이란 경제의 생명줄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다. 2021년에 체결된 양국의 25년 전략 협정을 바탕으로 이란과 중국은 더욱 깊은 협력을 약속했고, 중국은 25년에 걸쳐 이란의 인프라와 통신에 4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브루킹스에 따르면 이 약속은 기대했던 속도로 이행되지 않았으며, 이란 지도부의 불만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 이란산 원유는 전체 해상 수입량의 13.4%에 불과하다. 이란산 석유의 주 수요처인 산둥성 일대 민간 정유소들은 중국의 국가적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이 밖에도 베네수엘라, 러시아 등 미국의 제재를 받는 와중에 중국에 할인된 가격으로 더 많은 석유를 판매하는 나라도 대안으로 존재한다.

하스 소장은 "중국 내 분석가들은 오랫동안 중국과 이란의 이같은 관계를 '전략적 기회주의(Strategic opportunism)'라고 규정한다"며 중국은 미국과 이란의 적대 관계를 이용해 저비용으로 에너지 자원과 외교적 이득을 취하는 데 주력한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안보 보장의 부재...'힘' 빠진 경제 외교

중국과 이란은 대테러, 조직범죄 대응, 정보 공유, 합동 훈련 등 안보 협력을 지속해 왔고, 러시아를 포함한 3자 해상 훈련도 정례화됐다. 중국이 방공체계, 대함미사일, 탄도미사일 부품, 이중용도 품목 등을 이란에 수출해 왔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런 협력은 상호 운명을 묶는 집단방위와 다르다. 중국은 이번 국면에서도 군사적 개입보다는 대화 촉구와 안정 강조 등 메시지 관리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케이프타운 로이터=뉴스1) 이정환 기자 = 중국, 러시아, 이란 등 '브릭스 플러스' 국가들의 남아프리카해 합동 해상훈련을 앞둔 7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사이먼스타운 해군기지 인근 파슬 베이에서 한 서퍼가 중국 선박 앞에서 서핑을 즐기고 있다. 2026.01.07.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케이프타운 로이터=뉴스1) 이정환 기자
(케이프타운 로이터=뉴스1) 이정환 기자 = 중국, 러시아, 이란 등 '브릭스 플러스' 국가들의 남아프리카해 합동 해상훈련을 앞둔 7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사이먼스타운 해군기지 인근 파슬 베이에서 한 서퍼가 중국 선박 앞에서 서핑을 즐기고 있다. 2026.01.07.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케이프타운 로이터=뉴스1) 이정환 기자

알렉산더 가부예프 카네기재단 러시아·유라시아 센터 소장은 10일 카네기폴리티카에 기고한 '중국과 러시아는 왜 이란을 돕기 위해 서두르지 않는 걸까'에서 "중국은 미국처럼 동맹국에 안보 보장을 제공한 적이 없으며, 시작할 의도도 없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냉전시대에 동맹 네트워크를 확보하며 패권을 구축하던 모델이 지금은 작동하지 않는다. 전 세계 각국은 이제 경제와 기술로 얽혀있고 진영을 나누는 전선은 희미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중국은 동맹이라는 용어를 공식 석상에서 쓰지 않고, '무제한적 우정(friendship without limits)'이나 '전천후 전략 협력(all-weather strategic cooperation)' 이라는 표현으로 군사적 개입 여부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가부예프 소장은 "중국은 이번 이란 사태 전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벌인 러시아, 미국으로 끌려간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파키스탄에 대해서도 적극적 개입을 보이지 않았다"며 "중국이 원하는 글로벌 리더십을 쟁취하기 위한 전략에 군사적 개입은 포함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영국 왕립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의 제임스 킹 중국 및 아시아태평양 선임연구원도 '미국의 이란과 베네수엘라 공격으로 중국의 경제 외교 전략이 드러났다'는 제목의 분석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이란에 대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고 공언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공습에 대해 외교적 규탄 발언 외에 이란을 향한 지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중국이 실용주의 외교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고 봤다.

중국은 분쟁 개입보다, '확전 반대, 대화 촉구, 안정 강조'라는 외교적 메시지를 통해 스스로를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초강대국으로 만드는 외교적 서사를 쌓고 있다.

실제 중국관영매체에 따르면 지난 8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전국인민대표대회 외교분야 기자회견'에서 이란 전쟁에 대해 "일어나서는 안 될 전쟁"이라고 말하면서도 미국에 직접적인 비난은 하지 않았다. 아울러 다자주의를 강조하면서 국제사회에 중국의 리더십이 미국과는 다르다는 점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왕이 부장은 "중국과 미국은 당연히 세계에 중대한 영향을 주지만, 우리는 이 행성에 190여개 국가가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며 "중국은 절대 강대국이 되면 반드시 패권을 추구하는 옛길을 가지 않고, '강대국 공동통치' 논리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중 관계 우선 원칙…'트럼프 변수'에 대응하라

중국 지도부의 최우선 과제는 이란 체제의 안정보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있다고 주요 싱크탱크 모두 지적했다. 중국이 그동안 이란·러시아 등 미국의 적대국들과 관계를 심화해 온 전략이 오히려 미국과의 관계를 옥죄는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만찬을 겸한 회담을 가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만찬을 겸한 회담을 가졌다.

정상외교 및 무역·기술 분야 갈등 완화가 중국의 핵심 과제인 만큼 예측 불가능한 지역 분쟁에 개입할 유인이 낮다는 이야기다. 카네기폴리티카는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베이징 방문을 앞두고, 중국은 이란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현재 중국 정부의 우선순위는 미국과 추가 무역 분쟁 없이 트럼프 대통령 임기를 무사히 버텨내는 것인 만큼, 중동 지역 분쟁에 개입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 입장에선 이란과의 유대 관계가 트럼프와의 관계 개선보다 '훨씬 낮은 순위'라는 것을 명시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엔티티 리스트(수출 제한 명단)'에 명시된 수백 개의 중국 기업 및 반도체 수출 규제를 비롯, 나아가 군사, 인권, 마약, 사이버 보안, 감시 및 다양한 금지 조치 완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는 평가다.

브루킹스는 중국이 이란 문제가 미·중 관계의 뇌관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는 데도 상당한 외교적 에너지를 쏟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트럼프 행정부와 대척점 지향하며 '평화로운 초강대국' 역할 선전

싱크탱크들은 중국은 현재의 이란 권력 구조가 유지되는 것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란과 미국의 적대 관계가 길어질수록 중국에 이익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중동 위기는 미국의 군사력, 자원 및 정책 집중도를 분산시켜 중국 견제에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을 줄이는 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파트너 국가들 지원에 적극 나서지 않는 모습은 단기적으론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기치를 내건 중국의 위상을 갉아먹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채텀하우스는 “중국은 장기적으로 평화롭고 안정적인 초강대국의 이미지를 구축해 미국과 대조되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중국 관영 매체들은 미국의 군사 작전을 놓고'쇠퇴하는 민주주의의 증상'으로 보도하며, (서구식)선거라는 제도가 불안정하고 위험한 파트너(트럼프 행정부)를 선출했다며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결국 중국은 이란을 '돕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 넓은 관계망과 장기 목표를 지키는 쪽을 선택할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미-이란 전쟁은 중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시험하기보다, 중국이 어떻게 비용을 통제하며 기회를 수확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브루킹스는 설령 이란 정권이 바뀌더라도 후계 정부 역시 첨단 기술 공급과 원유 수출을 어차피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만큼, 중국이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베이징=AP/뉴시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11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CPPCC) 폐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의 한 축인 정협이 이날 폐막했고 나머지 하나인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NPC)는 12일 폐막한다. 2026.03.11. /사진=민경찬
[베이징=AP/뉴시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11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CPPCC) 폐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의 한 축인 정협이 이날 폐막했고 나머지 하나인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NPC)는 12일 폐막한다. 2026.03.11. /사진=민경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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