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수출대국인 중국의 지난해 수출 금액은 3조7719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수출이 5.5% 늘었지만, 수입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무역흑자는 20% 급증한 1조1890억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이 처음 '무역흑자 1조달러' 시대를 연 것이다.
중국은 수입 규모도 막대해서 지난 한해 2조5829억달러어치 상품을 수입했다. 수입 품목을 살펴보면 중국이 어떤 영역에서 외부 영향에 취약한지 알 수 있다. 중국의 3대 수입품목은 반도체, 원유, 철광석으로 각각 전자부품, 에너지, 원자재를 대표한다. 이 3가지 품목은 중국이 20조달러규모의 경제를 운용하는데 반드시 필요하지만, 자급이 불가능한 품목이다.
지난 2월말 미국·이스라엘의 이란공격 이후 국제유가가 한때 120달러까지 치솟으며 원유 수급이 초미의 관심사다. 반도체, 철광석을 먼저 살펴보고 원유를 중심으로 중국 3대 수입품목을 들여다보자.

중국이 반도체, 원유, 철광석을 수입하기 위해 쏟아붓는 돈은 막대하다. 지난해 중국은 4243억달러어치 반도체와 2965억달러어치 원유를 수입했다. 철광석 수입에 쓴 돈도 1230억달러에 달한다. 이 3가지 품목의 합계 수입금액은 8438억달러로 작년 중국 전체 수입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반도체 수입금액은 2016년 2269억달러에서 2021년 4324억달러로 급증했으나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2023년에는 3494억달러로 감소했다. 지난해는 반도체 수요 증가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4243억달러로 증가했으며 올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수입금액은 4243억달러, 수출금액은 2019억달러로 반도체에서만 2224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중국 반도체 무역적자는 2016년 1655억달러에서 2021년 2787억달러로 급증한 뒤 소폭 감소하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를 대량 수입하는 이유는 중국이 글로벌 PC·노트북(약 80~90%), 스마트폰(약 60%)의 주요 생산기지이기 때문이다. 만약 반도체 무역적자가 없다면 작년 중국 무역흑자는 1조4000억달러가 넘었을 것이다. 2000억달러가 넘는 무역적자 감소를 위해서나 향후 국가경쟁력을 결정할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개발에 필요한 반도체를 확보하기 위해서나 중국에게 반도체 자립은 절체절명의 과제다.
철광석 수입금액은 2016년 580억달러에서 철광석 가격이 t당 220달러까지 급등한 2021년 1823억달러까지 늘었으나 이후에는 1200억달러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에도 1230억달러를 기록했다. 2021년 대비 약 30% 감소했지만, 여전히 막대한 규모로 중국은 작년에만 12억5870만t의 철광석을 수입했다. 중국 철강 생산량은 연간 약 10억t으로 전 세계 철강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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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광석도 중국이 통제하기 어려운 품목이다. 수입규모를 줄일 수도 없고 가격 결정권은 호주의 리오틴토, BHP, 브라질의 발레 등 다국적 광산기업이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가 중국과의 외교·무역 마찰 발생시 쉽사리 굳히지 않는 것도 세계 최대 철광석 생산국가인 영향이 크다. 중국은 전체 철광석의 60% 이상을 호주에서 들여오고 있다.

중국의 2위 수입품목은 원유다. 원유 수입금액은 2016년 1165억달러에서 2022년 3657억달러로 늘면서 최고치를 찍었으나 유가 하락으로 2025년 2965억달러로 줄었다. 다만 수입량은 5억7800만t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최대 정유업체 페트로차이나(CNPC) 산하 연구소는 지난해 항공유와 석유화학 수요 증가로 수입량이 소폭 늘었다고 밝혔다. 올해는 이란전쟁 발발 후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나들고 있어 중국의 원유 수입금액도 늘어날 전망이다.
전 세계의 하루 원유 소비량은 약 1억배럴로 중국은 약 1600만배럴을 소비하며 미국(약 2000만배럴)에 이어 2위를 차지한다.
중국에게 원유는 수입금액도 중요하지만, 수입량이 더 중요하다. 지난해 중국이 사용한 원유는 7억6200만t으로 이중 75.8%인 5억7800만t을 수입했다. 매년 8억t에 가까운 원유를 태워야 경제가 돌아가는 데 수입의존도가 70%가 넘는다는 건 상당한 리스크 요인이다. 만에 하나 원유 수입이 끊긴다면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의 경제활동은 '올스톱'된다.
그래서 중국은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작년 러시아에서 1억t이 넘는 원유를 수입하는 등 수입선 다변화에 적극적이다. 중국의 원유 비축량도 미국의 3배가량인 약 12억배럴로 추산된다.

중국 에너지 소비 구조가 바뀌면서 원유 소비가 감소하기 시작한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시장조사업체 CEIC에 따르면 중국 일일 원유 소비량은 2013년 1056만배럴에서 2023년 1657만배럴로 약 60% 증가했으나 2024년에는 1637만배럴로 소폭 감소했다.
작년 11월 유럽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센터(CEPR)가 발표한 '중국의 줄어드는 석유 발자국: 전기차 보급이 중국의 석유 소비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주는 시사점이 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에서 2024년까지 20년 동안 중국 원유 소비량은 2배 넘게 늘면서 전 세계 원유 수요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보고서는 20년만에 처음 중국 원유 소비량이 줄어든 이유를 전기차 보급 확대로 인한 휘발유 소비 감소로 지적했다.
중국은 높은 원유 수입의존도로 인한 외부 취약성을 줄이고 신성장 산업인 전기차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2020년 '신에너지 자동차산업 발전계획'을 발표하며 적극적인 전기차 보급에 나섰다. 당초 2025년까지 달성하겠다는 전기차 침투율(신차 중 전기차 판매 비중) 20%는 3년 빠른 2022년에 조기 달성했다.

2020년 전기차 보급에 따른 휘발유 소비 감소량은 하루 10만배럴(2020년 휘발유 소비량의 3%)을 기록했으며 2024년 하루 43만배럴(2020년 휘발유 소비량의 12%)로 늘었다. 현재의 전기차 보급 추세가 지속된다면 2040년에는 전기차가 중국 전체 자동차 보유량의 60%를 차지하고 휘발유 소비 감소량은 하루 170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전동화 가속화로 인한 휘발유 소비 감소는 지난 20여년간 글로벌 원유 수요 증대의 50% 이상을 차지해온 중국 원유 수요의 감소를 뜻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원유 수요 구조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