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 대한민국의 마지막 기회

피지컬 AI, 대한민국의 마지막 기회

안재용 기자
2026.03.24 06:00

[2026 키플랫폼] 제이 리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 "제조 기반 탄탄한 韓, AI 제조 혁신 선도 기회 있어"

피지컬 AI 관련 주요 용어/그래픽=윤선정
피지컬 AI 관련 주요 용어/그래픽=윤선정

오픈AI의 생성형 AI(인공지능) '챗GPT' 공개 이후 시작된 글로벌 AI 기술 패권 경쟁이 모니터 밖으로 나온 AI인 피지컬AI 분야로 번지고 있다. AI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은 피지컬AI 분야에서도 한 치의 양보 없이 경쟁하는 모양새다. 피지컬AI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먹거리인 제조업을 사정권에 두고 있는 만큼 우리의 위기감도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 달 22~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리는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6 키플랫폼'(K.E.Y. PLATFORM 2026)은 전 세계에서 피지컬AI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들을 초청해 대한민국이 제조업 강국 지위를 지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미·중 양국의 틈바구니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전략도 모색한다. 또 키플랫폼은 △국제정치·경제 △바이오 △과학기술 △북유럽 △일본 △우주 △스타트업 분야 등에 대해 글로벌 전문가들의 지혜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피지컬AI 선점, 전 세계 '주목'…젠슨 황 "지금이 챗GPT 순간"

피지컬AI란 AI가 로봇과 자동차 등 물리적 실체를 가진 장치에 탑재돼 실제 환경에서 움직이고 보고 듣고 행동하며 주어진 작업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AI가 자율적으로 판단한다는 점에서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절차를 따르는 기존의 로봇과는 구분된다. 기존 로봇들이 사전에 저장된 작업을 기계적으로 수행했다면 피지컬AI는 자율적으로 환경에 맞게 조절하며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국내외 주요 기업들은 최근 피지컬AI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에서 피지컬AI 풀스택(소프트웨어 개발의 여러 계층) 모델들을 공개하며 "기계가 실제 세계를 이해하고 추론하며 행동하기 시작하는 지금이 바로 피지컬AI의 챗GPT 순간이다. 모든 로봇은 결국 AI 컴퓨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로봇 기업들의 약진도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CES에 참가한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약 40곳 중 절반이 중국 기업이었다. 중국 기업들은 시각적 성과를 앞세워 피지컬AI 상용화 가능성을 강조했다. 카드 게임 블랙잭의 딜러를 하는 로봇, 탁구를 치는 로봇, 셀카를 찍는 로봇 등이 등장했다. 특히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의 격투 로봇은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한국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를 공개했다. 현대차는 2028년 공장에 투입해 자동차 생산에 활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산업용 로봇을 시작으로 가정용 로봇까지 단계적으로 고도화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 "제조업 탄탄한 한국, AI 제조혁신 선도해야"

문제는 한국이 현재 AI 분야 양대 강국으로 꼽히는 미국과 중국을 추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기술력과 자본을 앞세운 미국의 빅테크들과 강력한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한 몸처럼 움직이는 중국 로봇 기업들을 한국이 지금부터 기본 모델 개발을 시작해 따라잡기는 많은 난관이 존재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이 제조업 강국이라는 점을 잘 활용하면 세계적인 피지컬AI의 메카로 떠오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제조 분야에 활용되는 피지컬AI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 AI 모델과 로봇을 넘어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데이터가 필요한데 한국이 수십 년간 쌓아온 제조업 관련 암묵지(경험과 학습으로 몸에 쌓인 지식)를 무기로 삼으면,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피지컬AI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폭스콘 테크놀로지 그룹의 부회장을 지낸 제이 리 미국 메릴랜드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제조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에 AI 제조 혁신을 선도할 기회가 있다"며 "현재 한국은 AI에 있어 인프라에 너무 집중하고 있다. 엣지AI(디바이스에서 구현되는 인공지능), 산업 생태계 단계로 가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첸이밍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NTU)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내장되는 피지컬AI는 그 로봇이 투입되는 응용 분야에 맞는 '도메인 지식'을 갖춰야 한다"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피지컬AI)가 잘 맞아떨어질 때 폭넓은 적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 특화 데이터란 특정 산업 분야의 전문 지식과 현장 경험 등을 말한다. 누구나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아니라 해당 산업 현장에서만 쌓이는 고유한 전문 지식이란 뜻이다. 예컨대 제철소에서 수십 년간 근무한 숙련공이 철판이 롤러를 통과할 때 발생하는 미세한 소리를 듣고 해당 제품의 상태를 알아채는 것과 같은 노하우가 산업 특화 데이터에 해당한다.

피지컬 AI VS LLM(대규모 언어모델)/그래픽=윤선정
피지컬 AI VS LLM(대규모 언어모델)/그래픽=윤선정
한국형 솔루션 필요…"韓, 지능 시스템 수출국으로"

구체적으로는 이른바 '깐부회동'으로 확보한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한국형 피지컬AI 솔루션'을 만드는 데 써야 한다는 조언을 한 전문가도 있다. 조성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투자전략총괄센터장은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가져오더라도 우리 솔루션이 없으면 우리나라 제조업이 미국 클라우드서비스와 컨설팅사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며 "AI 시대에는 데이터가 돈이고, 한국은 거의 모든 산업에 대한 강력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한국이 독보적인 피지컬AI 메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피지컬AI를 도입하기 위한 현실적인 전략을 제시한 전문가도 있다. LLM(초거대 언어모델)과 피지컬AI는 그 성격이 다르므로 로봇과 컴퓨터의 차이를 잘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첸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로봇을 컴퓨터처럼 생각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을 깔끔하게 분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디지털 세계와 물리적 실체를 연결하는 과정에는 돌발적이고 미묘한 변화까지 견딜 수 있는 견고한 인터페이스가 필요한데 아직 부족하다. (현장 도입 단계에서) 로봇 기업이 겪는 가장 어려운 과제는 관절 모터, 센서 데이터 입력, 로봇 동작 제어 등 전 계층에서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시스템 통합이다"라고 밝혔다. 설비의 노후도나 작업 환경의 미세한 변화에 맞춰 AI 모델이 실시간으로 변경돼야 한다는 뜻이다.

키플랫폼이 만난 또 다른 전문가는 궁극적으로는 한국이 피지컬AI 자체를 수출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는 제언을 하기도 했다. 모한 라제쉬 엘라라 싱가포르 기술디자인대학교(SUTD) 교수는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밀도를 보유한 피지컬AI의 살아있는 실험실"이라며 "제조AI 전환으로 나아가면 이를 통해 지능 시스템 수출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 교수와 첸 교수, 조 센터장, 모한 교수는 다음 달 23일 오전 열리는 2026 키플랫폼 개막총회에 참석해 피지컬AI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과 전망을 제시할 계획이다. AI 제도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인 윤혜선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좌장으로 관련 토론도 진행된다. 2026 키플랫폼의 조기 등록은 오는 31일, 일반 등록은 다음 달 22일까지다. 등록 신청과 문의는 키플랫폼 홈페이지 또는 2026 키플랫폼 운영사무국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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