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AI 시대 요구 생산능력은 하나의 클러스터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워"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06.24. mangusta@newsis.com /사진=김선웅](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6/2026062810514033259_1.jpg)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Fab Capacity is King(반도체 생산능력이 왕)"이라고 강조했다. AI(인공지능) 대전환기에 대비해 민관이 힘을 합쳐 관련 생산 플랫폼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각 기업들이 영호남 등 지방을 중심으로 대대적 투자 발표를 앞둔 가운데 야권에서 '관치 경제'라는 비판이 나오자 이를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김 실장은 지난 27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 "AI 시대, 대한민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고 물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실장은 "원래 사이클 산업이라는 말, 기업이 알아서 할 일을 왜 정부가 나서느냐는 말. 모두 과거의 경험에 기댄, 나름의 설득력을 가진 주장들"이라며 "문제는 AI가 산업의 규칙을 바꾸는데도 우리의 질문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어 "AI 시대를 PC와 스마트폰의 프레임으로 설명하려는 순간 정작 중요한 변화는 보이지 않게 된다"며 "AI가 전기와 인터넷처럼 경제 전체의 생산 방식을 바꾸는 범용기술이라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이 글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한 하나의 프레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AI는 소프트웨어 혁명이 아니라 생산능력의 혁명"이라고 보고 "증기기관이 산업혁명을 열었고 전기는 제조업과 도시의 모습을 바꿨으며 인터넷은 정보와 유통, 금융과 미디어를 다시 설계했다. 경제학은 이런 기술을 범용 기술이라 부른다. 하나의 산업을 키우는 기술이 아니라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바꾸는 기술"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AI도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바꾸는 기술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김 실장은 "많은 사람이 AI를 챗봇이나 검색 정도로 이해하지만, 앞으로 AI는 에이전트가 되어 스마트폰에 들어가고, 자동차를 움직이고, 공장을 운영하고, 로봇을 제어하고, 의료를 바꾼다"며 "하나의 서비스가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된다. 그렇다면 반도체를 보는 관점도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AI 시대의 핵심 자산은 알고리즘만이 아니라 생산능력"이라며 "AI는 특정 제품의 교체 수요가 아니다. 경제 전체가 더 많은 컴퓨팅을 소비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경제가 AI를 채택할수록 컴퓨팅 수요가 커지고 그만큼 반도체 수요도 구조적으로 확대된다. AI가 만드는 변화는 더 좋은 반도체를 요구한다는 데만 있지 않다. 더 많은 반도체를 요구한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김 실장은 "AI 시대에는 자동차와 데이터센터, 스마트폰, 로봇, 산업설비, 가전제품까지 거의 모든 기기가 더 많은 연산을 수행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AI 프로세서 뿐 아니라 메모리, 전력관리 반도체, 통신칩, 각종 센서 등 다양한 반도체가 함께 늘어난다. 즉 AI는 특정 반도체 하나의 수요를 키우는 기술이 아니라, 경제 전반의 컴퓨팅 집약도를 높이고 그 결과 반도체 생태계 전체의 수요를 구조적으로 확대하는 기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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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희소해지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생산능력"이라며 "끝내 가장 희소해지는 것은 최첨단 반도체를 얼마나 많이 만들 수 있는가, 곧 Fab Capacity(반도체 생산능력)"이라고 했다.
이어 "아이디어는 연구실에서 태어나지만, 산업은 언제나 생산능력을 통해 완성된다"며 "기술을 가진 나라보다 그 기술을 가장 빠르고 크게 생산할 수 있는 나라가 더 큰 경제적 가치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아울러 팹은 기업 혼자 지을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실장은 "여기서 흔한 반론이 나온다. 왜 정부가 민간 투자에 관여하느냐는 것"이라며 "그러나 질문이 틀렸다. 정부가 정하는 것은 D램 설계도, HBM(고대역폭메모리) 공정도, 메모리 가격도 아니다. 정부가 만드는 것은 생산 플랫폼"이라고 했다.
이어 "최첨단 팹을 지을 산업부지, 수 GW(기가와트) 규모의 전력망, 막대한 초순수 용수, 송전망과 도로와 철도, 환경 인허가"라며 "이것은 개별 기업이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지방정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정부의 역할은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생산 플랫폼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생산거점은 객관적인 기준 위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며 "충분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 높은 전력 품질과 경쟁력 있는 전기요금, 안정적인 초순수 용수, 지진을 비롯한 자연재해에 대한 안전성, 장기적인 부지 확장성, 기반 인프라 구축 비용, 물류 접근성, 숙련 인력 확보, 이러한 요소들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대한민국의 생산능력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했다.
김 실장은 "첨단 생산능력은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부지와 전력, 용수, 협력업체와 숙련 인력은 수년에 걸쳐 쌓인다"며 "반대로 한번 형성된 클러스터는 좀처럼 이동하지 않는다. 세계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각국은 더 좋은 입지와 더 안정적인 전력, 더 빠른 인허가를 앞세워 첨단 팹 유치를 다투고 있다. 오늘 확보하지 못한 생산능력은 내일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진다"고 했다.
이어 "수도권 클러스터는 앞으로도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중심이겠지만 AI 시대가 요구하는 생산능력은 하나의 클러스터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며 "장기적인 전력과 용수, 부지 수요를 고려하면 새로운 생산거점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어느 지역인가가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는가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투자 확대가 아니다"라고 했다.
김 실장은 "가능한 한 많은 최첨단 팹을, 가능한 한 빠르게, 가능한 한 안정적으로 짓는 것. 그것은 특정 기업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국가 전략"이라며 "생산 능력이 국부를 만든다. 우리가 짓는 것은 공장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권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여러 번 해봤다. 1970년대 중화학공업이 산업화를, 1990년대 IT가 디지털 강국을, 2000년대 첨단 제조업이 제조 강국을 만들었다.이제 AI 시대, 그다음 성장축이 우리 앞에 있다"고 했다.
아울러 "청년의 일자리도, 새로운 산업도, 새로운 도시도 결국 그 생산능력 위에서 만들어진다"며 "지금 우리가 논의하는 것은 공장 몇 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AI 시대의 핵심 생산 플랫폼으로 남을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다. 짓는 나라가 이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