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에게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사기 의혹에 대한 서면 해명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면서 본격적인 해임 절차에 다시 착수했다고 ABC 방송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은 댄 스카비노 부비서실장 명의로 쿡 이사에게 발송한 공식 서한에서 주택담보대출 계약서에 허위 진술을 한 것으로 믿을 만한 충분한 사유가 존재함에 따라 대통령이 연준 이사직에서 해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21일 안에 의혹에 대한 서면답변을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백악관은 또 서한에서 쿡 이사가 최고 30년형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를 저질렀고 범죄가 아니라고 해도 연준 이사로 자질과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금융 거래상의 중대한 과실을 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악관의 이 같은 서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쿡 이사를 해임한 데 대해 미국 연방대법원이 올 6월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로 제동을 건 데 대한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당시 대법원은 "대통령이 정당한 사유와 해명 기회 제공 등 적법한 절차적 요건 없이 연준 이사를 임의로 해임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대법원이 제시한 절차적 요건에 맞춰 쿡 이사를 중도 사퇴시키거나 법적 해임 명분을 쌓으려는 행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결정이 나왔던 당시 "즉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예고했다.
쿡 이사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쿡 이사의 변호인인 애브 로웰 변호사는 성명을 통해 "이번 의혹은 1년 전 트럼프 대통령이 쿡 이사를 해임하고 연준의 독립성을 침해하려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쿡 이사를 해임할 만한 유효한 사유는 존재하지 않고 법적 대응을 통해 연준의 독립성과 역사적 역할을 끝까지 지켜낼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선 이번 사태를 연준의 독립성을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와 연준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집권 2기 출범 직후부터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두고 제롬 파월 전 연준 의장을 비롯한 연준 인사들과 지속적으로 대립각을 세웠다.
쿡 이사는 연준의 첫 흑인 여성 이사로 2022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임명됐다. 쿡 이사의 주택담보대출 의혹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에 대한 의혹을 잇따라 제기해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샀던 윌리엄 펄티 연방주택금융청 청장이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