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모닝인사이트] 로봇산업

중국의 대표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유니트리가 지난 19일 상하이 증시의 과학기술주 전용시장인 커촹반(STAR Market)에 상장했다. 공모가 150.8위안(약 3만1000원)이었던 유니트리 주가는 상장 첫날 845위안에 거래를 마쳤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만 61억위안(약 9억달러)에 달한다.
유니트리가 상장 첫날 급등한 것은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산업이 시제품 생산을 넘어 대량생산 단계로 곧 진입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유니트리는 지난해 휴머노이드 로봇 약 5500대를 출하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누적 인도량이 올해 7월까지는 약 1만8000대를 기록했다.
그런데 유니트리 상장에서 주목할 대목은 로봇의 성능보다 가격일 수 있다. 중국이 싼 가격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전 세계에 보급하는 가운데 성능이 임계치를 넘어서면 전세계적인 일자리 감소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휴머노이드 로봇 보급에 따른 일자리 감소는 생산비용 하락과 물가 하락을 동반할 수 있다.
중국이 지난 수십년간 싼 상품을 세계에 공급하며 나타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값싼 로봇을 통해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중국산 휴머노이드 로봇의 가격은 현재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유니트리의 G1 기본형 가격은 8만5000위안(약 1750만원), R1 에어는 2만9900위안부터 시작한다. 미국에 본사를 둔 1X가 올해부터 배송하는 가정용 휴머노이드 NEO의 판매가격은 2만달러(약 2800만원)다. 테슬라 역시 옵티머스의 장기 판매가격 목표를 2만~3만달러 수준으로 제시해왔다.
물론 제품별 성능과 용도가 달라 가격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현재 공개된 휴머노이드 가운데 중국 업체들이 유독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 3월 중국에서 생산되는 휴머노이드의 부품원가(BOM)를 지난해 기준 약 3만5000달러로 추산했다. 규모의 경제와 부품 설계 개선이 이어지면 2030년에는 1만7000달러 아래로 절반 이상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지원도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가격을 떨어트리는 요인이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중앙·지방정부가 로봇 산업 등에 투입하기로 한 지원 규모는 200억달러를 넘어섰다.
성중 모건스탠리 중국 산업리서치 책임자는 지난해 5월 모건스탠리 팟캐스트에서 "중국 정부는 과거 태양광과 전기차 산업을 지원했었다"며 "이 성공을 휴머노이드에서도 재현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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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휴머노이드 로봇은 태양광 패널이나 전기차 등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 완성품 자체가 소비되는 상품이라기보다는 가사와 생산 등 인간의 노동을 일부 대신할 수 있는 자본재 성격을 갖는다는 점이다.
과거 중국은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싼 제품을 만들어 수출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중국의 '디플레이션 수출'이라 표현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성능이 충분히 높아지고 가격이 낮아진다면 앞으로는 노동을 대신할 수 있는 기계 자체를 수출할 수 있게 된다. 값싼 중국산 로봇을 도입한 해외 공장의 자동화 비용이 낮아지고 단위 노동비용이 떨어지면 결국 생산비용과 상품 가격에도 하방 압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중국의 제품 가격 하락이 해외 물가에 전달된다는 실증분석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월 발간한 '중국 2025년 연례 협의' 보고서에서 중국의 수출가격 상승률이 1%포인트(P) 떨어질 경우 6개월 뒤 아시아 교역상대국의 근원물가 상승률이 약 0.1%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아니지만 산업용 로봇이 임금과 고용률을 낮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대런 애쓰모글루 MIT 교수와 파스쿠알 레스트레포 보스턴대 교수는 지난 2020년 발표한 논문 '로봇과 일자리: 미국 노동시장 실증연구(Robots and Jobs: Evidence from US Labor Markets)'에서 노동자 1000명 당 산업용 로봇 1대가 추가될 경우 고용률은 0.2%포인트, 임금은 0.42%가 감소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중국과의 공급망 분리를 추진하는 미국 등은 중국산 휴머노이드 로봇을 수입하지 않으면 이런 영향을 피할 수 있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미국은 관세와 리쇼어링 등을 통해 중국산 제품과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도 지난 3월 중국 등의 제조업 과잉생산을 겨냥한 조사에 착수하며 핵심 공급망의 리쇼어링을 정책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중국산 로봇이 직접 미국 공장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중국 제조업체가 값싼 로봇으로 생산비를 낮추면 효과는 세계로 퍼질 수 있다. 중국산 제품과 경쟁하는 미국·한국·유럽 기업도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자동화를 확대하고 로봇 가격을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곧바로 '로봇이 임금을 떨어뜨린다'고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세계은행은 동남아시아 5개국에서 2018~2022년 산업용 로봇 도입으로 저숙련 정규직 약 140만개가 대체된 반면 숙련 정규직 일자리는 약 200만개 생겼다고 분석했다. 로봇 도입으로 생산성이 높아지고 생산규모가 커지면서 노동대체 효과를 상쇄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은 아직 사람의 노동을 광범위하게 대신할 수준이 아니다. 유니트리 대표도 이른바 '챗지피티(ChatGPT) 모먼트'까지 2~10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왕싱싱 유니트리 CEO(최고경영자)는 20일 베이징 세계로봇 콘퍼런스에서 "로봇이 음성이나 텍스트 명령을 사용해 익숙하지 않은 시나리오의 약 80%의 작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하는 것을 일반화라고 할 때 이상적으로는 2~3년, 길게는 5~10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