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술 기업 이미 로비 시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에 대한 전면적인 관세 확대를 검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관계자 8명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와 노트북, 게임콘솔, 데이터센터용 서버 등 반도체를 활용한 제품까지 관세 부과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외국기업이 관세 면제를 받기 위해선 미국 내 반도체 생산에 투자해야 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일정 물량의 반도체를 무관세로 수입하되 허용량을 해당 기업의 미국 내 생산 규모에 연동하는 구조다. 국가별로 개별 관세율과 쿼터를 설정하는 방안, 새로운 관세에 대해 시행 유예기간을 단계적으로 두는 방안 등도 검토되고 있다. 정확한 관세율 등 세부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난 1월 관세 예외 조항에 포함됐던 데이터센터, 연구개발(R&D), 스타트업, 소비자용 애플리케이션 등도 관세 부과 대상으로 논의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 H200, AMD MI325X 등 최첨단 반도체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다만 미국 내 인프라 구축에 쓰이는 물량은 제외했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반도체 제조업의 미국 내 유턴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이며, 이미 수천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관세 영향권에 든 반도체 관련 기업들은 이미 러트닉 장관과 제프리 케슬러 상무부 차관 등을 대상으로 관세 수위를 낮추기 위한 로비를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는 AI 데이터센터 건설 경쟁으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급난을 겪고 있다.주요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미국 내 공장 건설에 동의하더라도 수십년이 걸릴 전망이다. 미국 기업들의 반도체 확보가 어려워지면 데이터센터 확장 속도가 늦어지고 경쟁에도 뒤처지면서 트럼프 행정부 정책 목표의 정반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전 세계 최첨단 반도체의 약 90%를 생산하는 대만 TSMC가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된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 2650억달러 투자를 약속하면서 일부 물량을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완전 가동 이후에도 최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에서 미국 비중은 약 30%에 그친다.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했던 한 업계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이는 미국이 AI 패권을 추구하는 방식 중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어리석은 방법일 수 있다"며 "출발선에서 스스로 무릎을 꿇는 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