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앙 잊었나"…미·EU 거부에 유엔 팬데믹 공조 선언 불발

"코로나 재앙 잊었나"…미·EU 거부에 유엔 팬데믹 공조 선언 불발

뉴욕=심재현 특파원
2026.09.2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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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분열적 이념 수사 동의 못 해"…트럼프 2기 '보건 안보 고립주의' 노골화
EU, 지식재산권 보호 명분으로 기술 이전 강제 문구 거부
부유국 vs 저소득국 보건 격차·갈등 복원…"글로벌 방역망 표류 위기"

/로이터=뉴스1
/로이터=뉴스1

팬데믹 발생에 대비해 글로벌 공조 체계를 다지려던 유엔(UN) 선언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거부로 무산됐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드러났던 백신 독점과 국가 간 보건 격차 문제가 6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봉합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26일(현지시간) 유엔에 따르면 전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팬데믹 예방·대비·대응 고위급 회의에서 회원국의 합의를 통한 정치선언 채택이 미국과 EU의 최종 서명 거부로 불발됐다.

이번 선언문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전 세계적인 감염병 사태가 발발할 경우 백신 및 치료제에 대한 보편적 접근성을 보장하고 정보 및 바이러스 샘플 공유, 국제 재정 지원 체계를 다지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담은 핵심 문건이었다.

트럼프 '보건 고립주의' vs EU '제약지재권 사수'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정치선언 합의 결렬로 이어졌다.

미국 대표로 참석한 에리카 슈워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선언문에 포함된 '형평성'과 '연대' 등의 표현을 두고 "정의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없는 분열적 이념 수사"라고 반발했다. 슈워츠 국장은 "미국은 국익 및 주권과 충돌할 위험이 있는 이 문안 전체를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세계보건기구(WHO)와 거리를 두며 국제 보건 협정에 유보적 태도를 이어온 대미 보건 안보 기조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EU는 저소득국으로의 백신 및 치료제 기술 이전을 촉진하는 문구가 지재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EU 대표단은 "팬데믹 상황이라고 해도 기술 이전은 철저히 자발적이고 상호 합의된 상업적 조건에서만 이뤄져야 한다"며 의무화 가능성을 내포한 문구 삭제를 요구했다.

코로나 사태 교훈 지워져…"보건 격차만 재확인"

외교가에선 이번 정치선언 파탄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당시 드러났던 부유국과 저소득국 간의 불신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강대국의 백신 사재기로 저소득국에선 백신 공급이 1년 이상 늦어지는 피해를 입었다. 이번 유엔총회에서도 바이러스 샘플 공유 시 백신과 치료제 물량을 저소득국에 우선 배정하는 '병원체 접근 및 이익 공유(PABS)' 시스템 및 기술 이전을 명시하려 했지만 강대국들의 정면 반대로 무산됐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다음 팬데믹은 '만약'이 아닌 '언제'의 문제"라며 "국제사회의 연장전과 협상 지연은 결국 수많은 인류의 목숨값으로 치러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칼릴루르 라흐만 유엔총회 의장은 이번 정치선언 문안을 향후 총회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미국과 EU의 강경한 입장이 유지되는 한 타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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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특파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DC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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