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따라 관세·보조금 요동
통상정책 불확실성 대응 고심

"워싱턴에서 어떤 뉴스가 나올지 매일 출근길이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입니다."
미국 조지아주에 공장을 짓고 있는 국내 한 대기업 임원의 말이다. 4일(현지시간) 기준으로 'D-30'을 맞은 11월 미국의 중간선거를 두고 국내 기업들의 긴장이 높아진다. 한국 기업들의 대미투자가 '미국 내 일자리 확대와 제조업 부흥'을 부르짖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치적으로 소비되면서다. 11월 선거결과에 따라 직간접적 투자 요구의 수위와 형태는 물론 보조금과 세제지원 등의 정책이 요동칠 전망이다.
최근 백악관에서 나오는 에너지·제조업 투자 압박은 선거 표심과 맞물려 한층 거칠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한국이 알래스카 LNG(액화천연가스) 개발사업 투자에 합의하지 않으면 2배로 올리겠다"고 압박했다.
미 정가에서는 경합주 유권자들을 의식해 총 3500억달러(약 470조원)에 달하는 한국의 대규모 투자이행을 독촉하는 모양새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입장에서 올해 미국 중간선거가 단순히 미 의회 다수당을 가리는 정치일정에 그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의 대미투자 패키지가 미국 정치의 한복판으로 들어가면서 선거결과가 곧 한국 기업의 대미투자와 관세, 보조금, 공급망 전략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정치가 한국 기업의 최대 경영변수가 된 셈이다.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 지위를 지켜낸다면 트럼프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산업·통상정책이 더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상하원 중 한 곳이라도 탈환한다면 트럼프행정부의 일방적인 관세정책에 견제장치가 마련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한국 기업의 부담이 완전히 해소되는 건 아니다. 미국 내 제조업 보호와 중국 견제, 핵심 공급망의 미국 내 구축은 민주·공화 양당이 모두 공감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선거결과에 따라 정책의 방향 자체보다 강도와 집행방식, 행정부와 의회간 힘의 역학관계가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들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보조금과 세제지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은 미국 내 대규모 생산설비 투자를 집행하면서 반도체법 지원금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중간선거 이후 의회 권력 변화에 따라 관련 예산과 집행방식, 지원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재계 한 인사는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는 이제 단순한 해외시장 개척이 아니다"라며 "관세와 보조금,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이 됐고 문제는 그 보험료가 계속 치솟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특정 정당의 승패보다 미국 통상정책의 불확실성 확대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 이번 중간선거는 '미국에 얼마나 투자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산업과 지역에, 어떤 속도로 투자해야 미국의 정치지형이 바뀌어도 사업성을 지킬 수 있느냐'를 묻는 선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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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당국과 기업들이 중간선거 결과를 지켜본 뒤 움직이기보다는 공화·민주 어느 당이 의회를 장악하더라도 미국 내 생산과 공급망을 강화하는 동시에 투자규모와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선택지'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리스크 컨설팅업체 D&A어드바이저리의 장성관 미국전략실장은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한국이 부담해야 하는 470조원 투자 청구서의 조건표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