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공공주택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유한 완성토지와 완성주택 가운데 5년 이상 보유한 장기재고가 7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LH 임대주택에서도 1년 이상 비어 있는 장기공가가 2만가구에 달했다. 기존 장기재고를 얼마나 빠르게 소진해 자산을 회전시킬지가 LH의 주택 공급 확대와 재무 부담 관리의 향배를 가를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5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26 공공기관 현황과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말 LH의 완성토지와 완성주택 재고는 17조713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5년 이상 보유한 장기재고가 7조2189억원으로 전체의 40.8%를 차지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분양이나 매각되지 않은 재고가 장기화할 경우 유동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토지 장기재고의 규모가 상당하다. 5년 이상 보유한 완성토지 재고는 6조773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3조8813억원(63.9%)이 경기지역에 집중됐다. 완성주택도 5년 이상 장기재고 비중이 47.3%에 달했다. 대전충남·대구경북·광주전남 지역에서 장기 미분양 주택이 발생했으며 주요 장기재고는 도청 이전 신도시와 경북·광주전남혁신도시에 집중됐다.
매각을 통해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토지·주택뿐 아니라 임대주택도 상당 규모가 장기간 빈집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LH 건설임대주택 공가는 3만2295가구였다. 이 가운데 1년 이상 장기공가는 2만294가구로 전체의 62.8%를 차지했다.
장기재고와 장기공가가 쌓여가는 가운데 LH의 재무 부담도 불어나고 있다. LH 자산은 2021년 201조7000억원에서 2025년 248조9000억원으로 23.4% 증가했다. 부채는 같은 기간 138조9000억원에서 173조7000억원으로 25% 늘었다. 사채와 차입금 등 이자부담부채도 109조4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통합 출범 이후 처음으로 영업손실(6413억원)과 당기순손실(918억원)을 기록하기까지 했다.

재무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요구하는 공급 역할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5년간 공적주택 119만가구를 공급하고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대신 LH의 직접시행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또 지난 2일 LH 등 4대 공사와 제3차 공공주택 공급점검 TF를 열고 연말까지 수도권 공공주택 6만2000가구 착공 목표 달성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LH는 2028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10만가구 이상을 착공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공공택지·도심권·신축매입 등을 통해 연평균 12만가구 수준의 주택 공급도 추진한다. 이와 관련, 이성훈 LH 사장은 "공공택지와 도심에서 주택 공급을 하루라도 앞당기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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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공급이 확대되는 만큼 기존 장기재고를 빠르게 정리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보유 자산을 빠르게 처분하고 이를 통해 회수한 자금을 공급 확대에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무 부담 해소는 향후 LH 기능 개편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는 LH를 택지개발·주택건설 기능과 주거복지·자산비축 기능을 각각 담당하는 2개의 조직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발과 주거복지 기능을 나눠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고 임대주택 운영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다만 173조원대 부채를 두 공사에 어떻게 배분할지와 주거복지 부문의 손실을 어떻게 보전할지 등 구체적인 재무 개편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