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2% 미흡한 주택거래신고제

[기자수첩]2% 미흡한 주택거래신고제

송복규 기자
2004.04.08 07:32

[기자수첩]2% 미흡한 주택거래신고제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시행만 됐지 달라진게 뭐가 있습니까."

지난달 30일 도입된 주택거래신고제에 대한 부동산업계의 반응이다. 주택거래 신고 대상과 방법, 세금부과 기준 등을 발표하긴 했지만 실거래가 여부 판단 기준, 신고 업무를 처리할 행정력 확보 등 정작 필요한 사항은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시행만 서둘렀다는 것이다.

주택거래신고제는 10.29대책의 핵심 내용으로 정부가 빼든 회심의 카드였다. 하지만 실제 시행에 들어갔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대비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섣부른 제도로 인해 실수요자들의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정부가 신고지역 지정 범위를 놓고 아직 뚜렷한 기준을 세우지 못하는데다 현재로서는 실제 거래내역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또 수요자 입장에서는 신고지역으로 지정되면 지정 전에 구입한 주택도 거래신고를 해야 하는지, 정말 실거래가로 세금을 내야 하는지, 매건마다 실거래가를 직접 조사하는지 등등 궁금한 게 한 두가지가 아닌 것이다.

분양권을 신고 대상에 포함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7조원이 넘는 부동자금이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주상복합아파트에 몰린 것을 비춰볼 때 분양권을 신고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미흡한 조치라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주택거래신고제의 핵심은 투명한 거래관행의 정착과 과세의 공평성이다. 본래 의미대로 주택거래신고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제도 시행 전에 주민들이 성실하게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 먼저 마련됐어야 했다. 일단 제도를 도입해 놓고 행정력을 확보하겠다는 식의 자세는 곤란하다.

정부는 엄포용 정책을 내놓고 떠밀리듯 시행하기보다는 시행 일정이 다소 늦춰지더라도 현실적인 기준 마련과 충분한 행정력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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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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