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유가의 정치경제학

[기고]고유가의 정치경제학

신민영 LG경제硏 연구위원
2006.11.13 18:01

고유가와 원화절상 등 대외변수는 최근 수년간 우리 경제를 지속적으로 괴롭혀온 요인이다. 내년에도 달러약세로 인해 어느 정도의 원화절상은 각오해야할 것 같다. 여기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기 둔화가 추가될 것으로 보여 우리 경제의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유가 급등세가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2004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전년 대비 상승률이 평균 30%를 넘어온 국제유가가 2007년에는 세계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올해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 유가 급등은 우리 경제의 하락 폭을 확대할 수 있기에 유가 안정 전망에 안도하면서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조마조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첫째, 공급 측면의 불안요인이 산재해 있다는 점이다. 이란 핵문제와 관련해 미국 중심의 경제·군사적 제재나 OPEC의 감산 가능성 외에 허리케인이나 나이지리아의 부족간 갈등 등 다양한 돌발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 미국-이라크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이 세계경제 호조에 따른 수요 증가와 함께 고유가의 양대 축을 형성해 왔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국제적인 긴장이 고조되면 금과 원유 등 원자재가격이 크게 오르는 동시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전쟁이 일어나면 원자재의 원활한 선적과 수송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둘째,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최근호가 지적했듯 고유가가 지정학적 위험을 고조시켜 다시 고유가가 초래되는 악순환의 가능성도 있다.

 원자재 가격이 높다는 것은 그 원자재가 부족하다는 것이고, 각국이 필사적으로 원자재를 획득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930년대 일본의 팽창정책은 1차대전 후 호경기를 경험한 일본 측의 자원 확보 야심과 관련이 있었다. 1941년의 진주만 공격 역시 루즈벨트 대통령에 의한 대일 원유 금수 조치로 야기된 측면이 있다.

 고유가는 두 가지 측면에서 미국 중심의 세계 평화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첫째, 높은 원자재 가격은 미국의 헤게모니를 달가워하지 않는 국가들의 경제력을 확대하게 된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이나 이란의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고유가에 힘입어 지역 내 영향력을 강화했고 러시아는 천연가스를 무기로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 등에 압력을 행사해 왔다. 둘째, 경제대국화하는 중국의 자원 확보 과정에서 정치적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 수단에 대한 평화유지군 파병이나 이란의 핵문제와 관련된 국제사회의 제재가 중국의 반대에 부딪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상황과 반대로 1990년대 초 세계적 저유가는 구 소련의 몰락과 냉전 종식을 초래, 전세계가 군비 축소 등 '평화배당'을 누릴 수 있었다. 반대로 최근의 고유가는 국제적 긴장 고조, 혹은 전쟁 발발로 이어지면서 '부(負)의 배당'을 줄 수도 있다. 고유가에 취약한 우리 경제가 상대적으로 커다란 '부(負)의 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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