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웹은 3.0, 보안의식은 1.0

[기고]웹은 3.0, 보안의식은 1.0

오석주 안철수연구소 대표
2006.11.22 10:45

인터넷의 핵심은 정보의 개방과 공유이다. 인터넷이 대중화한 10여 년 동안 놀라운 인프라의 기술 발전에 힘입어 실시간으로 지구 반대편 소식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은 더 이상 장벽이 되지 않는 세상을 열어 왔다. 최근에는 웹 2.0이 대두함에 따라 '참여'가 새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뉴스에 덧글이나 댓글을 다는 것으로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던 사용자들은 그에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주체로 나서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웹 2.0의 낯섦이 채 가시기도 전에 벌써 웹 3.0이 회자되고 있다. 웹 3.0은 '가치를 담은 맞춤 답안'을 제공하는 '인공지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가령 "나는 이번 주말에 아내, 아이 셋과 함께 서울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휴식하고 싶은데 예산은 30만 원이다"는 질문을 하면 마치 여행사 에이전트가 꼼꼼하게 작성한 것과 같은 완벽한 휴가 프로그램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단순한 컨텐츠 제공에서 사용자 중심의 플랫폼 제공이, 그리고 이제는 뉴욕타임스의 표현을 빌자면 '상식을 갖춘 웹(A Web guided by common sense)'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전문가들은 문서끼리 연결된 월드와이드웹(WWW) 시대는 가고 데이터끼리 연결된 월드와이드데이터(WWD) 시대가 온다고 예측한다.

이처럼 인터넷의 패러다임은 그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히 변하고 있다. 그런데 변화 속도가 불균형적이라는 점은 적지 않은 우려를 낳고 있다.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과 사용자의 의식 및 습관은 빠른 데 비해 편의성을 뒷받침할 안전성과 관리 측면의 기술과 사용자 의식, 실행하고자 하는 의지는 매우 약한 것이 현실이다.

단적인 예로 수많은 웹 사이트가 해킹에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어 있어 그런 웹 사이트에서 악성코드가 유포되고 있고, 성인용 게시물이 모이는 게시판에는 어김 없이 스파이웨어나 허위 안티스파이웨어가 숨어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웹 사이트가 취약한 이유는 웹을 설계하고 개발할 때 기능 구현에만 중심을 두고 보안 문제는 고려하지 않거나 못한 채 프로그래밍을 하기 때문이다. 개발 소스에 보안 기능을 적용하거나 수정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지만, 많은 요소들로 이루어진 웹의 구조상 복잡도와 진화가 매우 빨라 보안 마인드와 노하우를 가진 전문 개발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첫 단계부터 보안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이유이다.

한편 스파이웨어 문제는 금전적 이익을 노리고자 하는 불순한 욕심이 낳은 것으로 향유하는 데만 몰두하고 그것이 낳는 역기능에는 둔감한 우리의 인터넷 사용 습관이 낳은 부작용이라 할 수 있다.

사상 최고의 관객을 모아 올해 우리 영화계를 뜨겁게 달군 영화인 '괴물'의 첫 장면은 사업 실패로 자살을 시도하는 이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그는 자신의 자살을 막으러 달려오는 동료들에게 "끝까지 둔해 빠진 놈들"이라고 절규한다. 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독극물이 돌연변이 괴물을 낳기까지 사람들은 둔감했다. 그 둔감함이 결국 괴물의 출현이라는 재앙을 불러온 셈이다.

보안 의식 없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데만 집중해온 우리의 행동이 언제 사이버 괴물을 불러올지 모르는 일이다. 인터넷 환경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일은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를 재앙에 미리 대비하는 일이다. 편의성을 높이는 노력과 함께 역기능을 고려하는 인식과 대책을 갖추는 일이 웹 2.0, 3.0에 맞는 균형적인 자세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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