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기업이 식민 종주국 기업 인수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뭄바이 타지마할 호텔. 타타그룹의 타란 타타 회장은 계열사인 타타스틸이 영국 최대 철강업체 코러스를 인수키로 했다는 기쁜 소식을 접함과 동시에 큰 상념에 젖었다.
타타 회장에게 이번 인수·합병(M&A)의 감회는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이번 M&A는 식민지배국 영국과 피지배국가 인도 사이에서 엇갈리는 기업의 흥망성쇠를 대변하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타타 회장이 M&A 성공 소식을 접한 곳이 타지마할 호텔이었다는 점에서 그가 느끼는 감격은 더욱 컸다. 이 호텔은 타타그룹의 설립자인 잠세티 타타가 식민시절인 1903년 영국인이 운영하던 왓슨 호텔에서 출입 거부를 당한후 직접 설립한 호텔이다.
전세계 철강순위 56위인 타타스틸은 9위 업체인 코러스 M&A에 성공함으로써 단숨에 세계 5위 철강업체로 뛰어올랐다. 이번 인수는 규모만 67억파운드(132억달러)에 달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인수는 규모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일대 사건으로 평가된다.
타타스틸의 코러스 인수는 단순한 M&A 차원을 뛰어넘어 그동안 상처받은 인도인들의 자존심을 회복시켜주는 계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과 인도의 관계는 최근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연출해왔다. 지난달 영국 인기 TV 리얼리티쇼인 '셀러브리티 빅 브라더(Celebrity Big Brother)'에 출연한 인도 정상급 여배우 쉴파 셰티가 함께 출연한 영국인들로부터 인종차별적인 모독을 당한 것.
이 사건이 영국에 대한 인도인의 민족감정을 불러일으켰다면 타타그룹이 영국 철강업계의 상징적인 존재인 코러스를 인수한 점은 인도인의 경제적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인도 최대 영자신문인 인디아 타임스는 이번 인수를 두고 "인도 기업인의 자긍심을 높여주는 일대 사건"이라며 이전과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인도의 이코노믹타임스도 "대영제국의 상징과도 같았던 코러스가 이제는 인도의 깃발 아래 들어오게 됐다"며 "다음 차례는 런던인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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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인도 미탈스틸이 작년 초 유럽 최대이자 세계 2위 철강업체 아르셀로(Arcelor)를 인수하면서 세계 최대 철강업체로 부상한 것과는 또 다른 반응인 셈이다.
즉, 코러스 인수는 식민 통치의 아픈 기억에 사로 잡혀있던 인도인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의식을 고취시키며 위축된 심리를 치유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인도상공회의소 전 회장인 요젠드라 모디는 "타타그룹의 코러스 인수는 인도인들에게 비즈니스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며 "그동안 합당한 대접을 받지 못한 인도 기업가들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을 변화시킬 일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인도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지난 1991년 처음으로 경제 문호를 개방했다. 당시만 해도 다국적기업들이 모든 인도 기업들을 삼켜버릴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25년이 지난 지금 인도는 인포시스, 와이프로 등 최고의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들을 배출하면서 전세계 기업들의 '아웃소싱 창구'로 자리잡았다.
이미지컨설팅 기업인 카운셀라지의 최고경영자(CEO) 수헬 세스는 "인도는 지금까지 전세계의 IT 아웃소싱 지원 국가로 알려왔지만, 이번 인수를 통해 인도의 산업도 상당히 발전했다는 사실을 전세계에 인식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인도 유명 컬럼리스트인 스와미나탄 아이야르도 "인도의 ICICI 은행이 미국의 씨티은행을, 인포시스가 IBM을, 릴라이언스가 엑손모빌을, 타타자동차가 제너럴모터스(GM)를 인수하는 날을 기대한다"며 자긍심에 불을 붙였다.
타타의 코러스 인수는 인도 경제가 식민지배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신감을 되찾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