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엔캐리 청산 가능성

[MT시평]엔캐리 청산 가능성

김영익 대한투자증권 부사장
2007.03.0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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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금리인상+미국 금리인하→엔 강세→엔캐리 청산'

우리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금융시장이 순항하다가 최근 '중국발 쇼크'에 흔들렸다. 만약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면 국내외 금융시장은 더 불안해질 수 있다.

그동안 일본의 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여기에다 엔화 가치마저 하락했기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이 일본에서 돈을 빌려 수익률이 높은 호주의 국채를 사거나 이머징 마켓의 자산에 투자했다. 그 규모는 작게는 2000억 달러에서 크게는 1조 달러로 추정될 만큼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러나 엔캐리 트레이드가 사상 최고치에 이를 정도로 누적된 것은 사실이다. 이것이 청산되면 외환시장뿐만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 전반에 큰 충격을 줄 것이다.

문제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어떤 계기로 청산되고 그 시기는 언제일 것인가에 있다. 최근 일본이 정책금리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엔화 약세는 지속되고 있다. 일본과 다른 선진국의 금리 차이가 아직도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의 금리 인상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에 일본의 정책 당국은 금리를 인상하면서 잘못된 자금 배분이 지속적 경제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더 이상의 엔캐리 트레이드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본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돈 많은 노인들이 소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경제의 회복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그래서 추가적인 금리 인상 여지는 남아있다. 물론 일본의 금리 정책이 엔 강세를 유도하고 엔캐리 트레이드를 청산시킬 만큼 강력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 요인을 미국 경제의 둔화와 금리 인하에서 찾는 편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미국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최근에 발표되었던 소매판매, 산업생산 등 여러 가지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다소 밑돌만큼 미국 경제는 둔화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주택 가격 상승률이 낮아지다가 하반기에는 떨어졌다. 과거 통계를 분석해보면 주택 가격 하락이 9~15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비 감소를 초래했는데, 그 영향이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소비 둔화가 보다 구체화되고 이에 따라 기업들이 생산과 투자를 줄일 것이다. 고용 증가 폭도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까지 물가가 다소 불안하기 때문에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 둔화 리스크가 있음에도 미국은 금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소비 위축으로 초과 수요 압력이 줄어들고 유가 등 원자재 가격도 떨어져 물가가 안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미국 경제에서 인플레이션 리스크보다는 경기둔화 리스크가 더 커 미국이 금리를 내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 확률이 높다.

일본 경제의 회복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경제가 둔화되고 금리를 내리면 이것이 달러 약세(엔 강세)로 이어져 엔캐리 트레이드를 청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일본 경제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실질실효환율로 보면 엔화가치는 1970년대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의 저금리와 투기성이 높은 자금들이 엔화 가치를 비정상적으로 낮게 유지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투자가들이나 분석가들의 군집행위(herd behavior) 역시 엔화 가치 하락을 부추겼다. 군집행위 때문에 금융시장에서 가격 변수의 변동 폭이 확대되고 심한 경우에는 금융시스템 전체가 불안해진다.

1998년에 러시아 위기로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면서 엔/달러 환율이 147엔에서 약 3개월 사이에 114엔까지 급격하게 하락했다. 이것이 미국의 헤지펀드인 LTCM(Long Term Capital Management)의 파산 계기가 되었다.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면 일본 엔화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는 등 세계 외환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다. 또한 이머징 마켓에 투자했던 엔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이들 주식 시장도 매우 불안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엔화가 원화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면 우리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과 환율의 급격한 변동은 우리 금융 시장에 다소간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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