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 선생께서 자주 인용하셨던 "눈길을 걸을 때 흐트러지게 걷지 마라. 오늘 내 발자국, 뒷사람의 길이 되리니"라는 말씀은 언제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개성공단은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이었기에 매우 조심스러웠다. '과거 아무도 밟지 않았던 개성공단의 눈길에 어떤 발자국을 남길 것인가.'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원재료를 갖고 북한에 들어가 제품을 만들어 나오는 임가공 형태의 남북경제협력을 간간히 진행했으나 만족할 만한 수준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개성공단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경제협력이고, 실제 개성을 방문하고 있는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새로운 남북경협의 길이 열리고 있다.
불과 3년전인 2004년 6월. 아무 것도 없던 개성공단은 황량함 그 자체였다. 전기공급이 되지 않아 자가발전을 해야 하는 전기시설, 출입절차를 밟는데만 2시간이 소요되는 경직된 행정, 전화 한 통화, 팩스 한 장도 마음대로 보낼 수 없었던 통신장애. 이것이 개성공단의 당시 주소였다. 그 길을 우리 중소기업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용기있게 걸어갔다.
여기저기서 훈수들이 계속됐으나, 중소기업인들은 "우리의 발자국이 뒤에 오는 기업의 길이 된다"는 마음으로 오직 한 방향만을 생각하며 나아갔다. 그것은 오로지 개성공단이 순수 민간투자에 의한 시장경제가 작동되는 공단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2년 9개월이 지난 오늘, 개성공단은 초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발전을 이룩했다. 전기시설을 하고 도로를 닦고, 컴퓨터로 행정을 스피드화했다. 한번 제대로 된 공단을 만들어 보자는 기업인의 노력과 남북당국의 적극적인 의지가 지금의 개성공단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순수한 민간공단이라고 하기에는 제약적인 요소가 너무 많고 아직도 국내상황, 남북관계, 국제정세 등이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기업경영에만 전념해야 할 기업인들이 6자회담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고,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을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개성공단은 순수한 공단으로 기업적 관점에서 평가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개성공단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결과적으로 입주기업이 돈을 벌어 세금을 떨어뜨림으로써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통일의 초석을 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개성공단이 초기조성단계이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 기업과 함께 힘을 합쳐 공단조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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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에 봄은 오고 있느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 봄이 온 듯했으나 겨울의 삭풍이 무서웠고,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하지만 개성공단에도 분명 봄이 다가오고 있다. 주변국가, 주변환경에 정치적인 한냉전선이 몰려와도 도도히 흐르는 남북경협의 봄은 멈출 수 없으며, 멈춰서는 안된다. 봄이 오는 역사적 물줄기를 막을 수도 없을 것이다.
이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 서있고, 아무도 가지 않았던 눈길에 처음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는 사실이 때로는 억누르는 부담으로, 가끔은 가슴벅찬 감동으로 다가오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