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미FTA 체결이후 온라인콘텐츠 과제

[기고]한-미FTA 체결이후 온라인콘텐츠 과제

권현호 성신여대 교수
2007.04.05 16:27

2006년 초 대통령 담화 이후 1년 넘게 끌어온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은 두 차례의 협상시한 연장이라는 진통을 겪으면서 2007년 4월 2일 최종 타결되었다. 자유무역협정은 궁극적으로 당사국들 간에 자유무역지대(Free Trade Area)를 창설하기 위한 것으로, 이는 관세동맹(customs union)과 더불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인정하는 경제통합의 대표적 유형이다.

자유무역협정은 당사국간에 합의된 무역자유화의 내용과 구체적 혜택을 다른 WTO 회원국에게는 부여하지 않는 차별적 무역관계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다자무역체제의 예외로서 FTA는 1948년 관세및무역에관한일반협정(GATT) 체제가 발효한 이후 WTO 출범 이전까지 약 46년의 기간 동안 총 124개가 성립되었다.

이에 비해, 1995년 1월 WTO의 공식출범 이후 지금까지 WTO에 통고된 FTA는 벌써 130개를 넘고 있다. 이처럼 FTA로 대표되는 국가간 자유무역을 위한 노력은 도하개발의제(Doha Development Agenda: DDA) 협상이 교착상태에 있는 현실에서 무역 자유화를 위한 대안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무역환경의 변화 속에서 국내총생산(GDP)의 약 70%를 무역을 통해 이루어내고, 세계 10위권의 무역규모를 자랑하는 통상국가인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의 FTA 협상 타결 소식은 우선 세계 최대라는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최근 제기되고 있는 국가 경제의 '샌드위치 위기론'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추진력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난 1997년 말 경험한 소위 IMF 위기는 일차적으로는 우리나라 기업과 정부의 구조적인 허약성에 기인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나라 경제가 국제환경의 변화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이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였다는 점 역시 지적될 수 있다.

이후 우리나라는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하면서 대내외적으로 많은 변화를 이끌어 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제가 국제환경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계속 진행형일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이번 한-미FTA 협상 타결은 온라인 콘텐츠 산업 분야에서도 같은 고민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게임, 음반, 영화, 방송 등 이른바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는 산업의 대미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게다가, 이러한 콘텐츠가 현재와 미래의 새로운 IT기술과 결합하여 온라인 형태로 제공되는 경우 그 파급효과까지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비교열위에 있는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미국의 적극적인 공세를 막기 위한 협상은 처음부터 쉽지 않은 협상이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가 협상과정에서 줄기차게 제기한 온라인 시청각 서비스 분야에서 정부의 규제권한에 관한 미래유보가 관철되었다는 점은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왜냐 하면, 이를 통해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 중 가장 취약성을 나타내는 시청각 서비스 분야에서 향후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정부가 개입하여 해결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한-미FTA에서 콘텐츠 산업에 대한 규제는 단지 서비스 분야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투자 또는 전자상거래 분야와도 일정한 관계를 갖는다. 물론 구체적 세부 규율 대상은 다르지만, 그 내용에서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되는 동 산업 분야에서 미래유보를 통해 정부가 향후 불분명한 미래 통상환경에서도 일정한 규제권한을 확보하게 되었다는 점은 마땅히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비록 한-미FTA 협상과정을 통해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으나, 이제 협상은 종착역에 이르렀고 남은 것은 협상 이후 온라인 콘텐츠 산업이 당면하게 될 미래의 과제이다. 우리는 과거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당시 쌀 시장 개방을 10년간 유예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따른 후속조치가 원활하지 못하여 2004년 쌀 시장 개방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었던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 한-미FTA 체결 이후를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다행인 것은 온라인 콘텐츠 산업은 아직 발전 초기단계로 국내 규제가 거의 없는 상황이므로, 한-미FTA 체결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에 대한 염려가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같은 노력을 국내 관련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국가 역량을 집중하는데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저작권 관리나 활용 시스템을 정비하여 콘텐츠 유통시스템을 고도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들의 창조적 노력에 대한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콘텐츠 산업 관련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새로운 콘텐츠 기술을 개발하는 노력 역시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콘텐츠 산업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서 확고히 자리매김 할 수 있는 비즈니스 기반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한편, 2000년 이후 우리나라가 경험한 ‘한류’라는 새로운 흐름을 통해 습득한 바와 같이, 비즈니스로서의 콘텐츠 산업이 내수 시장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다만, 이와 같은 일련의 노력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시스템으로서 마련되고 유지되어야 한다. 또한 한-미 FTA 체결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소외된 계층에 대한 배려 역시 제도적 기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이 유지될 때 우리나라의 콘텐츠 산업은 한-미FTA 체결이 가져온다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부처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구체적 산업별 사후대책 마련에 보다 앞장 서야 할 것이다. 동시에 국가 차원에서도 이를 제도화하고 이끌 수 있는 통상관계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한-미FTA 협상은 타결되었고, 이후 조문화 작업 등 후속 조치를 거쳐 정식 체결되고, 국회 비준동의를 거쳐 발효될 것이다. 한-미FTA의 타결시점에서 이를 국가경제의 위기라고 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하여 정부, 산업계 및 국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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