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에 대한 오해와 진실](하)
대부업체들이 상당한 수익을 거두며 번창하고 있다. 법정한도를 넘어선 대출이자와 불법채권추심 등 악랄한 사채업자의 피해를 경험한 고객 입장에선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대부업체가 왜 그리고 어떻게 그토록 큰돈을 벌 수 있었는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그래야 대부업체에 대한 비판과 함께 대안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대부업체, 중간단계 금융기관 붕괴=신용위기가 일어난 2002년을 전후해 소비자금융시장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시중은행과 대부업체 사이에서 소액 신용대출을 취급하던 중간단계의 금융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보통 신용대출은 개인의 신용도에 따라 시중은행-카드-캐피탈-저축은행-대부업체의 단계를 밟아간다. 신용도가 높다면 연 10% 내외의 금리로 은행권에서 대출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카드·캐피탈(15∼30%) 저축은행(20∼45%) 등의 신용대출을 얻어써야 했다.
하지만 신용위기가 터지며 단계별로 형성된 대출체계가 붕괴됐다. 카드사는 정부정책에 따라 현금서비스를 일시에 축소하기 시작했다. 돌려막기로 근근이 버티던 사람들의 돈줄이 막히자 캐피탈업체, 저축은행 등의 연체율이 치솟고 부실대출 문제가 본격화됐다. LG카드를 비롯, 국민·외환·삼성 등 다수의 카드사가 채권단이나 모기업의 자금지원을 받아야 했고 은행 사업부로 흡수통합되는 등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었다.
가장 큰 문제는 저축은행이었다. 카드사와 캐피탈업체는 대부분 그룹 계열사나 모기업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영세한 저축은행의 퇴로는 막혀 있었다. 2003년 김천저축은행을 시작으로 자산규모 1조원대의 부산 한마음저축은행, 인베스트, 경남 아림, 서울 한중 등 영업정지당한 저축은행이 줄줄이 생겨났다.
◇은행이 밀어버리니 대부업체로 밀릴 수밖에…=결국 2003년 이후 300만∼1000만원가량의 신용대출을 취급할 여력이 있는 곳은 시중은행과 대부업체가 유일했다. 당시 카드사는 정부의 지도에 따라 현금서비스를 줄이는 중이었고 캐피탈사는 회복속도가 느렸으며 저축은행은 소액 신용대출 부실화를 이끈 정부를 원망하고 있었다.
정부는 신용위기 직전까지 상위 금융기관에서 축소된 자금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저축은행에 신용대출을 장려한 원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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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저축은행은 서민에 대한 신용대출 지원기관이지만 위험감내능력이 작은 탓에 발을 빼는 상황이었다. 108개 저축은행 가운데 일반 고객을 상대로 소액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곳은 10여곳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일반고객은 신용도가 비교적 우량해도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거절되면 대부업체밖에 갈 곳이 없고 이것이 현재 대부업체가 급격히 성장하는 자양분이 된 것으로 결론내릴 수 있다. 고리대금업 번성에 은행권의 보수적 자금운용이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외환위기 후 2006년 말까지 87조원가량의 공적자금을 받은 은행권은 부실을 털고 사상 최대이익을 내는 단계에 이르러서도 안전 위주로 자금을 운용, 대부업체의 난립을 방조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대출이자율은 연체율에 따라 형성된다. 하지만 중간단계에서 연 15∼45%의 대출상품을 내놓는 곳이 없어지자 대부업체로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었는데 대부업체는 연체율과 무관하게 금리를 66%로 고정했으니 돈을 벌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